美 피델리티 내달 한국 상륙… “투자 새모델 선보일것”

  • 입력 2004년 11월 28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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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목소리가 우선이죠”세계 최대 자산운용회사인 피델리티는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자산운용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피델리티 콜센터 직원이 인터넷으로 각종 투자정보를 보면서 고객과 상담하고 있다. 사진제공 피델리티
“고객 목소리가 우선이죠”
세계 최대 자산운용회사인 피델리티는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자산운용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피델리티 콜센터 직원이 인터넷으로 각종 투자정보를 보면서 고객과 상담하고 있다. 사진제공 피델리티
《세계 최대 자산운용회사인 피델리티가 이르면 12월 말부터 한국에서 영업을 시작한다. 금융감독원 오세정(吳世正) 투신경영감독팀장은 28일 “피델리티의 자산운용업 허가신청서를 검토한 결과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아 내달 본인가를 내줄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내 자산운용 업계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피델리티를 비롯한 외국계로 국내 투자자의 돈이 몰릴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진 탓이다.》

▽11월 11일의 ‘희비’=한국과 미국의 콜금리가 조정된 11일(한국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0.25%포인트 올렸지만 미국 뉴햄프셔주 메리맥에 있는 피델리티의 앤드루 윈드뮤엘러 채권매니저는 느긋했다.

“정책금리 변화에는 신경 안 써요. 매일 시장 상황에 따라 채권을 운용하는 만큼 금리가 출렁거려도 문제될 게 없습니다. 5년 이상 장기채권에 주로 투자하기 때문에 단기 금리 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아요.”

반면 국내 A투신운용사에는 난리가 났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동결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콜금리를 0.25%포인트 내렸기 때문.

이틀 전 채권을 많이 팔았던 매니저 K씨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채권가격 급등으로 수십억원의 평가 손실을 입은 것.

▽“분석 없으면 투자도 없다”=피델리티의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는 한 팀을 이룬다.

애널리스트는 기업 분석정보를 펀드매니저에게 알린다. 펀드매니저는 돈을 굴릴 때마다 애널리스트의 입을 쳐다본다. 사무실에서는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가 단말기를 사이에 놓고 함께 일하고 있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다.

한국의 경우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의 관계는 대체로 수직적이다. 대우증권 전병서(全柄瑞) 상무는 “펀드매니저가 애널리스트의 점수를 매기는 관행 때문에 투자 과정이 왜곡돼 있다”고 진단했다.

▽한 통의 문의 전화가 재산=피델리티의 콜센터는 정보의 보고(寶庫)다. 직원 3000여명이 매일 평균 75통의 문의 전화를 받고 고객이 원하는 내용을 기록한다. 이 기록은 펀드 개발과 마케팅의 중요한 자료다.

반면 국내 자산운용회사의 콜센터는 영세한 편이다. 100명 안팎의 직원이 하는 일은 주로 홈트레이딩시스템의 조작법을 알려주는 것.

대신증권 김병철(金炳徹) 고객지원팀장은 “투자 상담까지 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고 말했다.


메리맥=홍수용기자 legman@donga.com

▼피델리티 헤일 서울지사장 “10년후 189조 규모 퇴직연금시장 공략”▼

“퇴직연금을 운용할 겁니다. 시장 조사에 착수했어요.”

피델리티코리아 에번 헤일 서울지사장(사진)은 28일 “2015년경 189조원 규모로 커질 퇴직연금 시장에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

피델리티는 세계 최대의 퇴직연금 운용회사로 10월 말 현재 확정기여형(연금 수령액이 운용실적에 따라 달라지는 것) 퇴직연금 수탁액은 6080억달러(약 640조원)에 이른다.

헤일 지사장은 “한국이 고령화사회로 접어든 만큼 퇴직연금의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2015년까지 매년 퇴직연금 증가분이 국민연금 증가분보다 2배 이상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국내 퇴직연금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전제조건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정부는 퇴직연금 운용수익에 대해 세금을 물리지 않아야 하고, 근로자는 현행 퇴직금 제도의 한계와 퇴직연금 제도의 필요성을 잘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수용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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