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물건은 늘고… 상가 등 서민 생계형 부동산 증가세

  • 입력 2004년 8월 26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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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은행 여신관리팀 직원 20여명 가운데 9명은 두 달째 인천과 경기지역 경매 법정이나 다세대 및 연립주택이 밀집돼 있는 곳으로 출근하고 있다.

경매에 참여하거나 위장세입자를 가려내기 위해서다.

2000∼2002년 분양가의 80∼90%를 빌려 다세대 및 연립주택을 분양받은 서민들이 빚을 갚지 못하면서 담보 주택이 대거 경매로 넘겨지고 있다.

이 은행 여신관리팀장은 “경매로도 돌려받지 못하는 돈이 대출금의 50%가량으로 외환위기 때보다 높다”며 “다른 은행도 사정이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23일 경매된 서울 도봉구 방학동 15평짜리 빌라는 3401만원에 낙찰됐다. 우선 변제되는 전세보증금 1600만원을 뺀 1801만원이 B은행에 돌아갔다. B은행은 받을 돈 6840만원의 4분의 1밖에 회수하지 못했다.

요즘 은행들은 서민주택 담보대출이 부실화하고 대출금 회수율이 떨어지는 것보다 더 큰 걱정거리가 생겼다.

숙박업소 음식점 상가 등 ‘생계형 부동산’을 담보로 한 소호(SOHO·개인사업자) 대출이 부실화할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7월 이후 경매에 넘겨지는 생계형 부동산이 늘고 있다”면서 “불황이 몇 개월 더 이어지면 소호 대출이 은행수지 악화의 주범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매정보업체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연립 및 다세대주택 경매 물건 수는 6월 정점에 이른 뒤 증가하지 않고 있다.

반면 숙박시설은 △1월 116건 △5월 158건 △7월 253건 등으로 크게 늘었다. 근린상가와 공장 경매 물건도 증가 추세다.

생계형 부동산의 낙찰가율(낙찰가를 감정가로 나눈 값)은 다세대주택보다 낮은 50%대에 머물고 있다.

11일 경매된 경기 양주시 소재 4층짜리 모텔의 경우 감정가 14억9692만원의 48.6%인 7억2777만원에 낙찰됐다.

모텔 주인에게 10억9500만원을 빌려줬던 C보험사는 대출금의 60%밖에 건지지 못했다.

하나경제연구소 배현기 금융팀장은 “부실채권 처리의 마지막 단계인 경매로 처분되는 생계형 부동산이 증가하는 것은 불황의 여파가 서민층을 넘어 자영업자에까지 미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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