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뒤 안맞는 해명]閔씨 "법인등록도 안돼 계약서 없어"

  • 입력 2004년 2월 4일 23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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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경찰에 연행된 대통령 사돈 민경찬씨는 이날 기자들에게 e메일로 보낸 해명서를 통해 “653억원은 순수한 사업자금으로 정치자금과는 무관하다”며 각종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민씨는 해명서 곳곳에서 ‘사업을 못하도록 방해하는 추악한 부조리는 사라져야 한다’ ‘정당에서 온갖 흉흉한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 ‘정치인은 참 무책임하다’며 강경한 어조로 불만을 표시했다.

▽“총선용 아니다”=민씨는 모금한 돈이 순수한 사업자금이라고 강조하면서 “돈이 내게 넘어오지도 않았으며 동업자들 계좌에 나눠져 있어 내가 1원도 유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민씨는 최근 논란이 된 투자자 수에 대해 “동업자는 명백히 47명”이라면서도 “법적으로 내가 투자자 신원을 공개하는 것이 위법이기 때문에 그들의 신원을 발설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사업계획서조차 없이 거금을 모을 수 있었던 경위에 대해 그는 “사업자금을 먼저 확보하고 어떤 사업을 할지 나중에 결정하는 것이 순서”라며 “돈을 모은 것은 자금을 미리 확보하는 차원이었으며 사업은 천천히 구상하는 단계였다”라고 반박했다.

투자자들과 계약서를 만들었는지에 대해 민씨는 “아직 사업체가 법인 등록도 하지 않아 계약서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현직 차관급 이상 고위 공무원 개입설에 대해서는 “현직 차관의 신원을 밝혀 달라. 의혹을 풀기 위해 내 계좌를 추적하는 것에 동의하겠다”고 밝혔다.

또 그는 “원금 보장을 내걸고 돈을 모은 적도 없고 어떤 불법도 저지르지 않았다”며 “잘못이 없는데도 죄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라고 정치인들이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전한 의혹=민씨는 해명서에서 “사업 구상 단계로 계약서를 쓰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그의 과거 발언과 상반되는 내용. 그는 최근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서울 강남구에 시드먼(SEED MON)이라는 투자회사를 세웠고 두 달 만에 650억원이 넘는 돈이 들어왔다. 투자자들과는 법적으로 계약서를 썼다”고 밝힌 적이 있다.

또 그의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 하더라도 의혹은 남아 있다. 업계에서는 “사업 구상 단계에서 수백억원을 모았다”는 그의 주장에 의구심을 나타낸다.

과거 사모펀드를 운영한 적이 있는 한 투자자문회사 사장은 “투자계획이나 사업계획 없이 수백억원을 모으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투자자들 마음에 드는 사업계획서를 만들고 상당히 공을 들여 투자자를 설득해야 돈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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