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현대산업 BW 소각…“변칙상속" 비난

입력 2003-12-17 17:43수정 2009-10-08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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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현대산업개발 동양메이저 등 중견기업 대주주들이 싼 가격에 지분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포기하고 있다. 편법 상속의 수단으로 지목돼 온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신주인수권리를 무상 소각하는 것이다.

업체들은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시민단체의 문제제기와 최근 가속화한 검찰의 ‘삼성에버랜드 BW’ 수사 등도 큰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효성은 17일 조석래(趙錫來) 회장의 세 아들이 보유한 신주인수권 전량인 약 547만주(9.1%가량)를 소각한다고 밝혔다. 금액으로는(16일 종가기준) 763억원에 이른다.

효성은 1999년과 2000년에 총 6000만달러(약 702억원)를 조달하기 위해 해외에서 회사채와 신주인수권이 분리된 ‘분리형 BW’를 발행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약 58%는 조 회장의 세 아들이 인수, 회사채는 상환받고 신주인수권만 보유한 상태다.

참여연대측은 이에 대해 “대주주가 경영권을 변칙상속하기 위해 BW를 발행한 것”이라고 비난해 왔으나 효성측은 “공모 후 인수되지 않은 잔량만을 사들인 것”이라고 해명했다. 효성은 이날 “적법하게 취득했지만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소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도 이날 정몽규(鄭夢奎) 회장이 보유한 해외발행 BW의 신주인수권 약 983만주(13.05%)를 소각한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7월 신주인수권 374만주를 소각하면서 이번 물량에 대해서는 행사가격을 시가에 근접한 1만293원으로 올렸으나 참여연대 등은 “미흡하다”며 전량소각을 요구해 왔다.

동양메이저도 이달 8일 대주주인 현재현(玄在賢) 회장이 470만주(12.8%)의 신주인수권을 무상소각했다. 1999년 해외에서 발행된 것이지만 전체 물량의 70%를 현 회장이 인수했다.

동원투신운용 투자자문실 이채원 실장은 “기업들이 기업투명성과 지배구조의 중요성에 대해 점차 인식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편에선 다음주로 예정된 금융감독원의 제재조치 발표가 영향을 끼쳤다는 풀이도 있다.

금감원은 최근 “현대산업개발과 효성이 특혜성 BW를 발행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며 “참여연대가 문제를 제기한 45개사를 포함해 1999년 이후 해외 BW 및 해외전환사채(CB)에 대해 전반적인 실태를 점검해 위반사항이 적발될 경우 연내에 조치하겠다”고 밝혔었다.


▼BW ▼

회사에 증자(增資)를 요구해 미리 정한 가격에 주식을 받을 수 있는 권리(신주인수권)가 붙어 있는 회사채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주식시가보다 인수권 행사가격이 낮아 보유자에게 유리하다. 예컨대 효성의 경우 17일 종가는 1만4050원이지만 행사가격은 각각 7121원과 8714원이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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