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 오류로 정지된 신용카드도 통장인출은 가능?

  • 입력 2003년 11월 6일 14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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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신용카드로 현금인출기에서 몰래 돈을 빼낼때, 비밀번호를 입력해 볼 기회는 몇 번일까?

일반적으로 3회까지 틀리게 입력하면 현금서비스 기능이 정지된다. 그러나, 정지된 신용카드가 통장과 연결된 카드라면 기회는 3번 더 있다. 신용카드의 현금서비스가 정지되더라도 통장의 잔액인출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뜻밖의 피해를 입는 사례가 적지않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시중은행 카드고객 상담직원인 박모씨조차 기자와의 통화에서 "신용카드가 정지되면 동일카드의 잔액인출도 불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지난달 22일 현금인출 겸용 신용카드를 도난 당한 민모씨(31·여)는 누군가 비밀번호를 3회 이상 잘못 입력해 신용카드 기능이 정지된 상태에서 통장의 예금 350여만원이 인출되는 피해를 당했다.

민씨는 "도난 뒤 카드사 ARS 응답기를 통해 '이 카드는 일정횟수 이상의 비밀번호 입력 오류로 이용할 수 없다'는 안내를 받았다"면서 "이로 인해 범인이 현금서비스를 받으려다 실패했다는 생각이 들어 안심했다"고 말했다.

민씨는 또 분실신고를 접수하던 카드회사 상담원으로부터 "이미 신용카드 사용이 정지됐다"는 설명까지 들었다.

하지만 범인은 비밀번호 입력오류로 카드 사용이 정지된 뒤에도 현금인출 기능을 이용해 민씨 통장의 잔액을 모두 인출해버린 것.

모은행 카드사업부 관계자는 "실수로 통장 계좌비밀번호를 3회 이상 잘못 입력했을 경우 잔액인출 기능이 중지되지만 고객 편의를 위해 신용카드는 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반대로 민씨의 경우처럼 신용카드가 정지되더라도 통장의 잔액인출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현금인출과 신용카드의 비밀번호를 다르게 사용해야 하며, 신용카드사에 분실신고를 했더라도 거래은행에 다시 확인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이런 카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함에 따라 지난달 7일 '카드 비밀번호와 통장 비밀번호를 다르게 사용할 것' 등을 포함한 카드 사용시 주의점 10가지를 소개하기도 했다.

금감원이 제시한 카드사용지침은 ▲주민번호나 전화번호, 차량번호 등 쉽게 추측할 수 있는 비밀번호는 피할 것 ▲경품당첨을 이유로 혹은 카드 가맹점원이 비밀번호를 요구하는 경우 알려주지 말 것 ▲카드결제계좌는 다른 예금계좌와 분리해 사용하고 예금 잔액을 최소화할 것 등이다.

또 금감원은 신용카드 이용한도와 현금서비스 한도는 필요한 만큼만 운용해야 하며 반드시 카드 뒷면에 서명한 뒤 사용하라고 권고했다.

특히 카드를 가맹점 직원에게 넘겨줄 때 승인여부와 이용금액을 직접 확인한 뒤 서명하고 현금인출을 친구나 친지에게 부탁하는 등 카드를 남에게 빌려주지 말라고 권했다.

이 밖에 카드 사용내역을 휴대전화 등으로 즉시 알려주는 서비스를 이용하고 카드깡 등 불법행위를 하는 가맹점을 절대 이용하지 말라고 금감원은 당부했다.

최건일 동아닷컴기자 gaego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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