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돈 이젠 끊자]<中>정치권 自淨외면

  • 입력 2003년 10월 29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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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분식회계를 한목소리로 비판해 온 정치권이 정작 정치자금의 ‘투명성’은 철저히 외면한 채 숨기기와 짜맞추기를 일삼아 왔음이 검찰의 SK비자금 수사와 각 당의 폭로 공방을 통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치권은 담합을 통해 이런 불법적인 관행을 처벌하거나 단속하는 규정 마련을 원천봉쇄해 왔다. 》

기업의 분식회계를 한목소리로 비판해 온 정치권이 정작 정치자금의 ‘투명성’은 철저히 외면한 채 숨기기와 짜 맞추기를 일삼아 왔음이 검찰의 SK비자금 수사와 각 당의 폭로 공방을 통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치권은 담합을 통해 이런 불법적인 관행을 처벌하거나 단속하는 규정의 마련을 원천봉쇄해 왔다.

김영삼(金泳三) 정부 때인 1994년 초 여야는 정치자금법안 초안에 당비 국고보조금 기탁금 후원금 등 4가지를 정치자금으로 규정하고 이 밖의 방법으로 돈을 주고받으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자는 획기적 내용을 포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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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규정을 강행하면 국회의원 모두 감옥에 가야 한다”는 여권 내의 반발로 결국 처리가 무산됐다. 당시 여권의 한 고위 인사는 29일 “이 규정을 빼자는 제안에 대해 야당 수뇌부도 수긍했고 결국 처벌조항이 빠진 법안이 통과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도 여야는 ‘돈 선거’ 근절을 다짐하며 정치개혁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정작 검은돈의 정치권 유입을 없애기 위해 마련된 정치자금 투명화 방안은 뒷전으로 밀린 끝에 결국 시한에 쫓겨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2001년 9월 국회를 통과한 자금세탁방지법 협상 과정에서 여야는 정치자금을 규제대상에서 제외시키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선거관리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정치권이 정치개혁법안과 관련해 선관위 안의 80∼90%는 수용하면서도 유독 정치자금의 투명화 방안만은 받아들이지 않더라”고 지적했다.

박범진(朴範珍) 전 의원은 “돈 관련 규정을 대폭 현실화하되 지키지 않을 경우 엄벌에 처하는 단호한 조치가 뒤따르지 않을 경우 부패한 정치자금을 근절하겠다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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