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시장 인도 현지르포]갠지스강가엔 현대車 물결

  • 입력 2003년 10월 5일 1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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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남부 첸나이 현지공장에서 현지 근로자가 인도 국민차가 되어가고 있는 ‘상트로’를 만들고 있다. 김광현기자
인도 남부 첸나이 현지공장에서 현지 근로자가 인도 국민차가 되어가고 있는 ‘상트로’를 만들고 있다. 김광현기자
“오늘도 인도 공장에서 만든 상트로 2500대가 유럽시장으로 수출되는 배에 실렸다. 인도 현지에서는 왜 내수 물량을 안 내어놓느냐고 아우성이다. 정말로 없어서 못 팔고 있다.”(인도 첸나이 현대자동차 인도법인 김재일 법인장)

“현재 인도 가전제품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삼성전자다. 미국의 월풀이나 인도 현지기업들은 위협적인 경쟁상대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뉴델리 LG전자 인도법인 아닐 아로라 마케팅 책임자)

오랜 사회주의 국가에서 서서히 깨어나고 있는 인도는 ‘제2의 중국’ ‘세계에서 마지막 남은 거대 시장’으로 불린다. 이 거대한 잠재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활약은 그야말로 ‘눈부시다’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인도의 유력한 경제 주간지인 ‘비즈니스 월드’는 지난달 중순 커버스토리 기사로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3개 한국기업의 현지법인을 다루었다. 이 잡지는 ‘한국인들-인도시장에서 잠재력을 발휘하고 있는 대기업들’이란 제목으로 “한국 기업들이 영국 일본 미국 등 외국 기업들을 제치고 경이로운 성공을 만들고 있다”며 ‘놀라운 한국(The amazing Korea)’이라고 표현했다.

이제 한국의 대표기업들이 인도에서 생산하는 자동차와 가전제품, 휴대전화는 웬만한 도시에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을 만큼 인도인들에게 친숙해지고 있었다.

▽수위(首位)를 달리는 한국 브랜드=지난달 28일 인도 남동부 최대의 항구도시인 첸나이(옛 마드라스)에서 북쪽으로 20km 떨어져 있는 현대자동차 인도 현지 법인공장. 이날은 인도인들도 모두 쉬는 일요일이지만 65만평 대지에 4만5000평 규모로 지어진 공장 내부는 상트로 엑센트 쏘나타 라인 전부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 수출주문이 밀려들고, 인도 현지 딜러들은 “고객들이 현금을 내놓고 차만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아우성이라 휴일이라고 해서 쉴 수가 없다”고 손재문 현대차 현지법인 총무부장은 설명했다.

연 15만대 생산라인이 돌아가고 있고, 앞으로 인도시장이 커질 것에 대비해 올 6월에는 연간 생산능력을 25만대 추가할 수 있는 제2공장을 짓고 있다.

인도에서 판매되는 차들은 오히려 한국에서보다 더 비싸게 팔리고 있다. 한국에서 600만원 안팎에 팔리는 경차모델인 상트로가 대당 900만원대이고, 쏘나타는 3000만원선이다.

삼성전자의 주력 모델은 휴대전화. 올해 1·4분기(1∼3월)에만 140만대의 휴대전화를 팔았다. 서울의 용산 전자상가 같은 나가르상가의 삼성전자 대리점에서 일하는 아이르콘 쇼페는 “이곳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휴대전화가 ‘삼성’이고 다음이 노키아”라며 “삼성이 한국 제품인줄은 고객들도 모두 알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역시 냉장고, 컬러TV 등 백색가전 시장에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일본과 미국의 주요 브랜드를 모두 제치고 시장 점유율 1위를 굳혀가고 있다.

▽악착같은 한국기업, 인도시장에 단시일 내 뿌리 내려=한국 기업들의 성공요인이 무언인지를 묻는 질문에 현대차 김재일 법인장은 “현지화”라고 잘라 말했다.

엔진 등 주요 부품을 인근 국가나 본국에서 들여오는 일본 등 외국기업과는 달리 현지에 공장을 세워 ‘인도를 떠나지 않을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었다는 것이다. 또 늘 경적을 울려대는 인도 소비자들의 구미에 맞게 경적기능을 확대하는 등 제품생산과정에서의 세심한 배려도 한몫을 했다.

김광로 LG전자 현지법인장은 “한국 기업은 외국 기업들과 달리 ‘발로 뛰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었다”며 “한달에 열흘 이상은 지방을 방문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현지 딜러들을 만나 애로사항을 들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외국 기업들이 같은 규모의 공장을 3년이 걸려도 못 짓던 것을 현대차가 특유의 뚝심으로 17개월 만에 완성해 1998년에 9월에 완공한 일은 현지에서 아직도 신화로 불리고 있다.

뉴델리·첸나이(인도)=김광현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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