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생보사 '이유있는 강세'…점유율 13%

  • 입력 2003년 7월 24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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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의 한국시장 공략이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10%를 넘어선 외국계 생보사들의 한국시장 점유율은 올 들어서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은행 증권 카드 투신 등 다른 금융권과 달리 유독 생명보험 업계에서 이처럼 외국계가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선택과 집중’ 전략=국내 생보사들이 수십 가지의 상품을 백화점식으로 판매하는 데 반해 외국계는 종신보험과 연금보험 등 2, 3가지 상품에만 역량을 집중한다.

1991년 6월 한국에서 영업을 시작한 미국계 푸르덴셜 생명은 종신보험만 팔아 빠른 성장을 거듭해 왔다. 외환위기를 전후해 종신보험이 주목받기 시작해 98년 이후 수입보험료와 자산규모가 매년 갑절로 커졌다. 98년 0.2%에 불과했던 시장점유율은 5월말 현재 1.5%로 뛰어올랐다.

네덜란드계 ING 생명은 종신보험 및 연금보험, 인터넷과 전화로만 판매하는 텔레마케팅 전용상품인 정기보험 등 3가지 상품만 판매한다. ING의 시장점유율은 98년 0.2%에서 5월말 3.1%로 높아졌다.

ING생명 요스트 케네만스 사장은 “시장 상황이나 고객 성향이 조금 달라졌다고 해서 갑자기 영업 전략을 바꾸지 않는다”며 “설계사 교육, 상품개발, 자산운용 등 중장기 계획을 가지고 시장을 개척한다”고 말했다.

▽선진화된 영업 조직=금융전문 지식으로 무장한 설계사들이 고객에게 맞춤형 재정 설계를 해주는 것도 외국계의 강점.

외국계 생보사의 설계사들은 상품전단이나 경품이 아니라 노트북을 들고 고객을 찾아간다.

이들은 종신보험이나 연금보험 가입고객의 재정 상황과 가족구성, 라이프스타일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한 뒤 고객에 맞는 상품을 설계해 준다. 이 때문에 이웃이나 친척을 대상으로 하는 연고주의 판매방식에 비해 중도해약이 적다. 가입자들의 1년간 계약유지율이 국내 보험사는 평균 30% 정도에 불과한 반면 외국계는 90%가 넘는다.

외국계 생보사에는 고학력의 남성 설계사들이 유달리 많다. 11개 외국계 생보사에 근무하는 남성 설계사는 9012명으로 국내 보험시장에서 ‘활약’하는 전체 남성 설계사의 75.5%를 차지한다.

▽외국계 강세 지속될까=11개 외국계 생보사의 한국시장 점유율은 98년만 해도 1%에 불과했으나 △99년 4.6% △2000년 5.7% △2001년 8.0% 등 급상승했다. 작년엔 10.5%로 처음 10%선을 넘은 뒤 5월말 현재 12.7%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외국계 강세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한 외국계 생보사 임원은 “고령화 현상이 빠르게 진전되는 한국은 외국계 보험사로는 매우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한국 생보사들의 영업 관행이 획기적으로 선진화되기까지 외국계의 성장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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