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홍콩 컨테이너 터미널 공사 어려움 컸다"

  • 입력 2003년 7월 24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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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홍콩에 위치한 그랜드스탠퍼드 인터콘티넨털 호텔에 100명에 가까운 한국 토목 관련 전문가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현대건설이 홍콩 칭이섬 남동쪽 해안을 매립해 건설한 ‘9호 홍콩 컨테이너 터미널(HCT-9)’과 관련한 심포지엄을 갖기 위해서 모였다.

이날 참가자 가운데에는 대한토목학회 소속 교수가 많았지만 삼성그룹 계열 건설회사 직원 등도 눈에 띄었다.

유달리 치열한 회사간 수주경쟁 탓에 배타성이 두드러진 건설업계에선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이날 모임은 토목학회가 HCT-9 사업과 관련한 현대건설의 경험을 다른 한국 기업과 전문가들에게 나눠 갖는 자리를 갖자는 요구에 따라 마련됐다.

이지송 현대건설 사장은 “앞으로 발주될 홍콩 컨테이너 터미널 10∼12호 건설공사에 참가할 한국 업체들이 현대가 겪은 시행착오와 ‘수업료’를 치르지 말도록 토목학회의 요구를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HCT-9 공사는 난관이 많은 사업이었다.

현대건설이 공사를 수주한 것은 2000년 5월. 당시만 해도 홍콩 정부가 국책 사업의 하나로 지원하는 민자사업인 데다 수주액만 5억1000만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사업이었다. 후속 공사도 예정돼 있어 잘만 하면 수지맞는 사업이 될 것이라는 성급한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실제는 달랐다.

홍콩 경제가 빠른 속도로 침체에 빠지면서 컨테이너 물동량 감소에 따른 시설공급 과잉을 우려한 홍콩 정부와 발주처측이 갖가지 트집을 앞세워 사업을 지연해줄 것을 요구해온 것.

공사도 간단하지 않았다. 연약지반인 데다 주변일대에 이미 사용 중인 항만시설이 많아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사업부지에 쌓인 개펄을 퍼내느라 쩔쩔매는 현대건설에 홍콩 정부는 개펄을 지정장소에 버리되 개펄 m³당 50홍콩달러의 처리비용을 내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지송 사장은 “이번 사업을 통해 해외공사를 수주할 때 발주지역의 경기 상황과 전망, 생활 문화 습관 등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며 “앞으로 항만, 가스, 정유공장 등과 같은 높은 기술수준을 요구하는 사업 분야에 진출할 국내 기업이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황재성기자 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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