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북송금 몫 1억달러 현대가 마련… 금융지원 약속”

  • 입력 2003년 7월 4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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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송금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박지원(朴智元·구속) 전 문화관광부장관 등 사건 관련자 8명에 대한 첫 재판이 4일 오후 서울지법 형사합의22부(김상균·金庠均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렸다. 이날 공판에서 박 전 장관은 남북정상회담과 관련된 정부의 1억달러 지원부분에 대해 답변을 거부했다.

송두환(宋斗煥) 특별검사팀의 김종훈(金宗勳) 특검보가 이날 주신문에서 “남북정상회담과 관련된 대북지원금액으로 현대측에서 4억달러, 정부측에서 1억달러를 부담하기로 한 적이 있지 않느냐”고 추궁하자 박 전 장관은 “외교관계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북측에 제공하기로 한 1억달러가 정책지원금이냐”는 질문에도 “같은 이유로 대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또 “정부가 1억달러를 현대측에서 맡아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도 “요청한 적 없다”고 짧게 대답하며 공소 사실을 대부분 부인했다.

그러나 박 전 장관에 앞서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은 “박 전 장관에게 1억달러 대지급 요청을 받고 모두 4억5000만달러를 송금했다”고 증언했다.

이기호(李起浩·구속)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정부의 대북송금 몫 1억달러를 현대가 마련하는 대신 현대에 금융지원을 약속하지 않았느냐”는 박광빈(朴光彬) 특검보의 질문에 “(2000년) 5월 중순경 그런 결정을 한 것 같다”고 증언했다.

이날 열린 공판에서 임동원(林東源) 전 국가정보원장, 정 회장, 최규백(崔奎伯) 전 국정원 기조실장, 김윤규(金潤圭) 현대아산 사장, 이근영(李瑾榮·구속) 전 산업은행 총재, 박상배(朴相培) 전 산은 영업1본부장(이사) 등은 대체로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이 전 산은총재와 박 전 본부장은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대출금이 대북 송금 자금인 줄 몰랐으며 현대에 대한 대출은 당시 현대의 유동성 위기를 고려한 판단이었고 상환 가능성 검토도 거쳤다”고 주장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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