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00억 강도 은폐, 무슨 곡절 있었나

동아일보 입력 2003-06-24 18:28수정 2009-10-1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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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상 김영완씨 집에서 발생한 100억원대 강도사건은 돈 권력 범죄가 복잡하게 얽힌 추리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김씨가 현금과 거액의 무기명 채권을 은행이 아닌 집에 보관한 것부터 돈의 성격이 예사롭지 않음을 말해준다.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거액을 집에 보관하다가 수사기관에 압수되거나 도둑맞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공통점은 대부분 투명하지 않은 돈이라는 것이다.

이 돈이 무기상의 로비자금인지, 권력층의 축재자금인지 지금 결론을 내리기는 성급하다. 그러나 운전사 김모씨가 “깨끗하지 못한 돈이라 신고를 못할 것”이라며 범행을 제의한 것은 돈의 성격을 짐작케 한다. 강도 피해액을 10억원으로 축소신고 한 것도 미심쩍다. 또 피해자가 범인에 대한 선처를 법원에 요청한 것도 어떤 곡절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수사를 철저히 했더라면 그런 배경을 밝혀낼 수 있었을 텐데 경찰은 그동안 쉬쉬하며 덮기에만 급급했다. 경찰은 강도 피해자가 사건을 공개하지 말 것을 부탁했다고 해명했으나 상급기관에 보고조차 못하게끔 경찰의 입을 틀어막은 것은 권력과 선이 닿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강도를 당한 액면가 90억원대의 채권도 자금출처 조사가 면제된 무기명 채권이어서 돈세탁과 관련된 냄새를 풍긴다. 김씨는 현대그룹이 박지원 전 대통령비서실장에게 건네준 양도성예금증서 150억원어치를 세탁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인물로 3월 출국해 돌아오지 않고 있어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 특검팀이 시한에 쫓겨 현대 비자금 150억원과의 관련성을 찾지 못한 채 수사를 마무리 지었지만 이대로 묻어버리기에는 국민의 궁금증이 너무 크다.

100억원대 강도사건은 150억원의 현대 비자금과 함께 어떤 형태로든 명쾌한 진상 규명이 있어야 한다. 남북관계를 손상시키거나 전직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필요 없는 사건이기 때문에 당국은 수사에 반대할 명분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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