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운용, 美 푸르덴셜에 매각…公자금 2조 투입 전망

  • 입력 2003년 3월 27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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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위원회는 27일 현대투신증권과 자회사인 현대투신운용을 미국의 종합금융사 푸르덴셜에 5000억원에 매각하는 양해각서(MOU)를 맺었다고 발표했다.

현대증권은 분리 매각으로 결정, 곧 국내외 입찰을 통해 인수자를 찾을 방침이다.

현대의 ‘금융 3사’ 처리가 이처럼 가닥을 잡음에 따라 투신 및 증권사 구조조정이 본격 이뤄질 전망이다.

▽공적자금 2조원 투입해야 할 듯=금감위는 현투증권에 대해 감자(減資) 후 공적자금을 투입한 뒤 푸르덴셜에 현투증권의 지분 80%를 매각하며 푸르덴셜은 이를 5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매각금액과 공적자금 투입 규모는 최종 본계약 내용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지난해 말 현투증권의 자본잠식액(1조4000억원)과 잠재부실(4000억원 안팎) 규모를 감안하면 2조원 정도의 공적자금이 들어가야 할 것으로 금융계는 전망하고 있다.

금감위의 이두형(李斗珩) 감독정책 2국장은 “이번에 체결한 양해각서는 법적구속력은 없지만 양측 모두 매각 협상에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어 최종 본계약 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액주주도 피해 불가피=현투증권 매각에 따라 기존 대주주에 대해서는 완전 감자가 실시된다. 소액주주에 대해서도 완전 감자 또는 부분 감자가 불가피하다.

이 국장은 “대주주는 완전 감자를 실시하며 소액주주는 추후 논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푸르덴셜측은 주주 구성을 단순화하기를 원한다”며 소액주주의 완전 감자 가능성을 내비쳤다. 소액주주에 대해서도 완전 감자를 실시하고 푸르덴셜과 정부가 80 대 20의 비율로 지분 구성을 단순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럴 경우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현대투신운용은 따로 정부가 자금을 투입하지 않고 푸르덴셜이 현투증권의 지분 인수를 통해 현대투신운용의 경영권을 인수한다.

또 정부측이 보유할 현투증권의 잔여 지분 20%에 대해서는 푸르덴셜이 현투증권 인수 후 3년 동안 매수권을 독점 보유(콜 옵션)할 권리도 갖는다.

▽남은 절차=정부는 앞으로 푸르덴셜과의 추가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매각 조건을 담은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승인 등의 절차도 거쳐야 한다.

이 국장은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 본계약을 체결한다는 것이 양측의 기본 방침”이라며 “현대증권의 매각은 본계약 체결과 별도로 매각 협상을 따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푸르덴셜의 스테픈 펠레티어 회장은 이날 전화 인터뷰를 통해 “생명보험과 자산운용은 한국내 비즈니스의 핵심 타깃”이라며 “한국에서 자산운용 부문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정부와 푸르덴셜의 MOU 체결은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 컨소시엄과의 협상이 깨진 지난해 1월 이후 1년 2개월만이다.

현대투신증권 및 현대투신운용 주요 경영지표 (2월말 현재)
현대투신증권현대투신운용
자본금1조608억원(자본잠식)1500억원
대주주하이닉스,현대증권 등 현대계열사가 69.1% 보유현투증권이 95.8%보유
인원1,191명98명
수탁고13.8조원 (시장점유율 7.7%)17.7조원 (9.8%)
자료:금융감독위원회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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