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해외CB…"작전 아냐"

  • 입력 2002년 12월 15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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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작전’이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증시에서 작전, 즉 시세조종 및 미공개 정보 이용 적발 건수가 계속 늘고 있다.

작전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져가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작전세력과 결탁해 자기 돈으로 주가를 띄우는 고전적인 유형이 줄어드는 대신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과 인수합병(M&A), 회계조작을 총동원하는 다단계 지능형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전은 주가와 거래량의 변동이 심한 종목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주가와 거래량 움직임만을 봐서는 낌새를 눈치채기 어렵다.

주가가 급변하거나 분기 및 사업보고서에서 나타나는 기업 실력과 동떨어진 공시를 남발하는 종목들을 아예 피하는 것이 요령이다.

▽최대주주 변경〓큰 작전은 십중팔구 최대주주 변경과 최대주주와의 잦은 거래를 수반한다. 11일 검찰에 고발된 올에버의 전 대표이사 K씨는 자기가 대표이사로 있던 비상장회사의 유상증자를 통해 그러모은 돈으로 부실기업을 인수한 뒤 회사 자금을 횡령해 차명계좌로 자사주를 대량 사들이는 방식으로 주가를 띄웠다. 지분이 5% 이상인 주주의 1% 이상 지분 변동은 5일 안에 공시된다. 영업실적은 제자리걸음을 하는데 최대주주가 바뀌면서 주가가 급등하는 기업은 피하는 것이 좋다.

▽과도한 해외 CB나 BW 발행〓CB나 BW 해외발행은 작전세력의 단골메뉴다. 국내발행과는 달리 자세한 내용을 담은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할 필요가 없고 하나마나 한 공시만 내면 되기 때문이다. 주식관련사채 해외발행은 ‘외자 유치’로 포장할 수 있어 투자자들을 현혹하기도 쉽다. 코스닥 관계자에 따르면 해외발행 CB나 BW의 실제 주인이 해당 기업의 대주주나 대주주와 연결된 세력인 경우가 태반이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작전꾼들이 기업을 인수하거나 넘길 때 애용하는 방식이 인수자를 미리 정해놓고 주식을 새로 발행하는 것이다. 이때 필요한 돈은 사채업자들을 동원해 메운다. 델타정보통신, 레이디 등이 이런 경우. 특히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최대주주가 바뀌는 종목은 피해가는 게 좋다.

▽믿기지 않는 공시 남발〓11월 말 코스닥에서 퇴출된 세림아이텍은 작년에 300억원 남짓의 수출계약을 따냈다고 잇달아 공시했다. 전년도 매출 30억원의 10배가 넘는 금액이다. 하지만 작년 말 이후 공급계약 취소 공시가 잇달아 나왔다. 실제 선적한 물량은 8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 사이 주가는 번지점프를 했고 상투를 잡은 투자자들은 빈털터리가 됐다.

▽경영보다 홍보에 신경 쓰는 사장〓10월에 구속된 모디아의 K사장은 틈만 나면 인터뷰를 자청했다. 기업 투명성에 대한 남다른 신념, 드라마 같은 입지전에다 ‘모바일SI 업계의 젊은 황제’라는 그럴듯한 최고경영자(CEO) 이미지가 이 기업의 주가상승으로 직결됐다. 그동안 그는 작전세력에 자금을 대면서 주가조작에 몰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내년부터 주문자IP파악 불공정거래 엄중히 단속▼

코스닥위원회는 “2003년부터 매매 주문자의 인터넷(IP)주소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불공정 거래를 더 엄중히 감시하겠다”고 15일 밝혔다.

위원회는 “불공정거래 감시 활동 강화를 위해 앞으로 주문자의 IP주소, 단말기 고유번호, 전화번호 등 정보를 실시간으로 증권사로부터 제공받을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코스닥위원회 성인모 감시기획팀장은 “이 제도가 시행되면 주가감시 단계에서부터 불공정거래 혐의자를 더 쉽게 적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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