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CEO들 “난 세계엑스포 유치대사”

  • 입력 2002년 11월 5일 18시 05분



“헝가리가 한국을 지지한다는 대답을 듣지 못하면 이 방을 나가 한국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 대통령의 특명을 받고 이렇게 방문했는데 지지한다는 확답을 해달라.”

2010년 세계박람회의 여수 유치를 위한 ‘통상대사’로 9월 임명돼 지난달 말 헝가리를 방문한 한화 김승연 회장. 그는 헝가리 총리와 30여분간 만나는 자리에서 집요하게 ‘긍정적인 대답’을 구했다. 면담을 마치고 총리실을 나가면서도 “한국에 돌아가서 헝가리는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해도 되느냐”고 확인했다.

다음달 3일로 예정된 2010년 세계박람회 개최지 결정 투표를 앞두고 여수에 박람회를 유치하기 위해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발벗고 나서고 있다.

5일 재계와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최근 해외출장에 나서는 각 기업 총수나 CEO들은 ‘대통령 특사’나 외교부가 임명하는 ‘통상 대사’ 또는 통상 사절단 단장 등 정부로부터 ‘임무’를 의뢰 받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개별기업의 사업상 출장이라도 세계박람회기구(BIE) 88개 회원국을 방문하면 한국이 박람회 개최지로 결정되도록 한 표를 부탁하고 있다. 9월 이후에만 23명의 CEO가 BIE 회원국인 46개국을 방문했다.

1999년 11월 ‘세계박람회유치위원회’를 만들어 위원장으로 활동 중인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은 올 들어서만 20여개국을 다니며 유치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차측은 “정 회장이 지난 2년여간 30여개국을 방문, 16만㎞를 다녔다”고 전했다.

3일부터 트리니다드토바고 세인트루시아 아이티 등 중미 3개국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방문하고 있는 두산 박용성 회장은 6월 하순에도 열흘간 중동의 예멘 레바논 아랍에미리트 등을 방문했다.

현대모비스 박정인 회장(모로코 불가리아), INI스틸 유인균 회장(몰타), 현대캐피탈 이계안 회장(튀니지 알제리) 등도 9월 이후 대통령 특사로 활동했다.

이 밖에 SK 손길승 회장(아랍에미리트), 포스코 이구택 사장(브라질), 한국가스공사 김명규 사장(말레이시아), 삼성 SDI 김순택 사장(헝가리) 등이 최근 BIE 회원국을 방문했으며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스웨덴), 삼성중공업 김징완 사장(나이지리아, 노르웨이), 두산중공업 윤영석 부회장(아랍에미리트) 등이 곧 ‘표밭 갈이’에 나선다. 이들은 모두 ‘통상사절단장’ 직함으로 나간다.

외교부 박람회 유치 상황실장인 최흥식 대사는 “기업인들이 사업상의 인연과 인맥 등 모든 역량을 발휘해 각국 고위인사들을 만나고 투자 의향을 비치는 등 사업과 연관지어 득표활동을 벌이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며 박람회 유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 세계박람회는 여수, 상하이(중국), 모스크바(러시아)가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12월 3일 모나코에서 열리는 BIE총회에서 개최지 결정을 위한 투표가 실시된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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