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大生 인수 한화의 변신…재계순위 6위로

  • 입력 2002년 9월 23일 18시 22분


한화그룹이 창립 50주년을 맞아 서울 소공동 프라자호텔에서 지름 3m, 높이 2m의 초대형 축하케이크를 만들어 자축했다. 한화는 이날 대한생명 인수까지 확정지어 경사가 겹쳤다. 이훈구기자 ufo@donga.com
한화그룹이 창립 50주년을 맞아 서울 소공동 프라자호텔에서 지름 3m, 높이 2m의 초대형 축하케이크를 만들어 자축했다. 한화는 이날 대한생명 인수까지 확정지어 경사가 겹쳤다. 이훈구기자 ufo@donga.com
지옥문 앞에서 살아 나온 한화그룹이 이제 날개를 펼까.

외환위기 직후의 위기를 구조조정으로 살아남은 한화그룹이 대한생명을 인수함으로써 금융 그룹으로 본격적으로 변신한다. 이는 지난 몇 년간 몸집을 줄여오기만 하던 축소지향적 구조조정에서 벗어나 공격경영으로 전환함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금융그룹 변신 위한 하드웨어 마련〓대생 인수로 한화는 순식간에 재계의 ‘메이저 리그’에 진입하게 된다. 총자산 10조5110억원으로 현재 16위인 한화가 대생(총자산 26조6900억원)을 안아 자산이 37조2010억원이 돼 재계 순위 6위로 껑충 뛴다.

외형도 팽창하지만 특히 종합금융그룹 발전 전략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금융부문을 키우는 과정에서 대생은 중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대생을 축으로 증권 투신운용 기술금융 등 기존의 금융 계열사들은 그 외곽에 포진하게 된다. 대생과 함께 넘겨 받는 신동아화재까지 합치면 한화는 증권 보험 파이낸싱을 아우를 수 있다. 장기적으로 은행업 진출까지 노리는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실현하기 위한 하드웨어를 갖춘 셈이다.

대생을 축으로 한 금융그룹 변신 작업은 그룹의 사업구조 재편과 맞물려 진행될 전망이다. 화약 제조업체로 출발한 한화는 석유화학 쪽에서 경쟁력을 발휘해 왔으나 최근 몇 년간 구조조정은 그룹의 미래를 ‘비(非) 제조업’에서 찾으려는 구상에서 전개됐다. ‘돈을 마련하려면 값을 받을 수 있는 걸 팔아야 한다’는 절박감에서이기도 했지만 석유화학이나 종합화학 등 제조업 부문의 핵심들을 잇달아 팔거나 분리했다.

한화는 금융과 함께 유통 레저부문을 전략산업으로 집중 육성하되 제조업은 내실을 다져나가는 식으로 그룹의 역량을 배분할 것으로 보인다.

▽대생 인수 과제〓한화는 이달 안에 본계약을 체결한 뒤 매각 주간사회사인 메릴린치증권과 공동으로 1, 2주에 걸쳐 대생에 대한 실사를 벌이고 정산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한화측은 “인수 자금 마련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대생 인수의 진짜 성공 여부는 인수가 아닌 경영의 성패에 달려 있다. 91년에 계열 분리된 제일화재를 제외하면 보험회사 운영 경험이 없는 한화로선 이 대목이 아직 미지수다. 자칫 대생 경영이 어려워지면 다시 97년의 악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주요 기업집단의 총자산 규모(억원)
순위기업집단총자산(억원)
1삼성150조7970
2한전90조8890
3LG70조9730
4SK49조3450
5현대자동차47조0950
6KT32조6170
7한국도로공사26조3530
8한진24조2850
9포항제철20조8350
10롯데18조6690
11현대17조3280
12한국토지공사15조6890
13대한주택공사14조4930
14금호13조2380
15동양11조5820
16한화10조5110

(금융보험 계열사를 포함한 2002년 4월 1일 현재 총자산. 공기업도 포함.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이명재기자 mjlee@donga.com 천광암기자 iam@donga.com

▼99년 부실선고→구조조정→재기성공▼

◇대한생명 어제와 오늘

대한생명이 3년 만에 새 주인을 맞았다.

한때 삼성 교보생명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생명보험업계 ‘빅3’의 입지를 확고히 했던 대한생명은 99년 최순영 전 회장의 부실 경영 사실이 드러나면서 몰락했다.

당시 미국 메트라이프 생명은 대한생명에 투자하기 위해 정밀실사를 벌이다가 엄청난 잠재부실을 발견했고 협상은 중단됐다.

금융감독원은 특별조사를 벌여 최 회장의 공금 횡령과 부실계열사 지원 등을 찾아내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공적자금 3조5500억원을 투입했다. 정부는 99년부터 국내외 공개매각을 추진했으나 가격 조건이 맞지 않고 각종 특혜시비에 휘말려 번번이 실패했다. 3차 입찰까지 무산되자 정부는 현 이강환 회장을 전문경영인으로 영입하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영업조직 활성화에 나섰다.

다행히 외환위기 이후 경기가 살아나고 구조조정 노력이 효과를 발휘해 수익성이 크게 호전됐고 2000 회계연도에는 8000억원이 넘는 흑자를 냈다.

대한생명은 이제 한화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아 공격적인 전략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전반적인 경영은 한화와 일본 금융회사 오릭스가, 자산운용은 컨소시엄의 일원인 호주 매쿼리사가 주로 맡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생명은 현재 교보생명과 치열한 2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총자산은 26조3000억원으로 교보생명(28조600억원)에 비해 약간 적지만 수입보험료는 작년 5월부터 교보를 앞질렀다.

대한생명은 그동안 단체영업 부문에서 교보생명에 밀렸으나 한화그룹 계열사를 고객으로 확보하며 적극적인 공세를 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대한생명의 자회사인 신동아화재의 경영상태가 나빠져 한화그룹이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옛 한화 계열사였던 제일화재와 합병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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