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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25일 1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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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코스닥증권시장에서 나온 ‘최대주주 변경 공시’는 모두 97건. 7월 이후에만도 22개사의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문제는 이런 경영권 변경이 소액주주들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 없이 비밀스럽게 진행된다는 점. 대주주가 남몰래 지분을 팔아치워 돈만 챙긴 뒤 나중에 ‘나 몰라라’ 하는 식이 대부분이다. 결국 회사 주인이 왜 바뀌었는지 영문을 모르는 소액주주들만 피해를 고스란히 보고 있다.
▽숨어서 팔아치운다〓23일 대우증권 계좌도용 사건의 빌미가 된 델타정보통신은 대주주가 최근 며칠 새 두 번 이상 바뀌었다.
코스닥 보안업종 대표주자인 장미디어도 누가 회사 주인인지 불분명하다. 이 회사는 16일 기존 대주주인 장민근 전 사장이 지분 20%를 체리스톤코리아에 넘겼다고 공시했다. 장 전 사장은 4월 주가조작 등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적이 있는 인물.
그런데 20일 체리스톤이 “인수대금 146억원은 모두 엘리베이터 부품 생산업체인 대명에서 빌린 것”이라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장미디어의 진짜 주인은 체리스톤이 아니라 대명”이라는 소문이 증시에 퍼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체리스톤, 대명 모두 누가 장미디어의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할지에 관해 확답을 않고 있다.
▽떳떳치 못한 회사 매각〓두 회사 모두 경영권을 사고 판다는 사실을 주주에게 제대로 알리고 상의한 적이 없다. 회사 경영권이 완전히 넘어간 뒤 이를 뒤늦게 공시했을 뿐이다.
그러나 회사의 미래를 위해 떳떳이 경영권을 주고받는다면 이처럼 숨어서 지분을 팔 이유가 없다는 지적. 코스닥 등록기업 중 동종 업체끼리 처음으로 자율 합병을 시도하는 뉴소프트기술과 더존디지털웨어는 오래전부터 합병 사실을 주주들에게 알린 뒤 허락을 구하고 있다.
대학투자저널 최준철 발행인은 “회사를 제대로 운영하는 대주주라면 절대 지분을 몰래 팔아치우지 않는다”며 “일부 무책임한 대주주들이 ‘회사가 잘 안 되면 주식을 팔아 돈이나 챙기면 된다’는 그릇된 생각을 갖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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