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경협특집]中기업 한국진출 어디까지…

  • 입력 2002년 5월 27일 17시 52분


중국 최대의 유통·서비스그룹인 사이터그룹의 왕루펑 총재는 올 2월 ‘2002 한 중 투자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왔다. 당시 한국에 대해 진출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 중국 전역을 커버할 수 있는 기업은 극히 드물다”며 “중국시장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해외 진출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그만큼 한국에 진출한 중국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올 2월말 현재 42개 중국 기업이 한국에 진출해 있다. 지금까지 한국에 투자한 돈은 2억3400만달러. 미국과 일본이 각각 232억달러와 115억달러를 한국에 투자한 것과 비교하면 아직 매우 적은 액수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기업의 선두에는 지난달 불명예스러운 사고 때문에 유명해진 ‘중국 국제항공공사(Air China)’가 있다. 국제항공공사는 경남 김해시에 추락하기 전만 해도 46년 연속 무사고 비행기록을 가지고 있던 항공사였다.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자들은 물론 외국 내빈의 전용 수송 임무를 맡고 있을 만큼 중국을 대표하는 항공사다.한국 취항은 1992년 12월22일 서울-베이징 간 전세편을 운행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한국의 건설교통부로부터 외국인 국제항공 운송사업 허가를 받아 1994년 12월부터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1995년에는 서울에 지점도 개설했다. 국제항공공사 이외에도 한국에 진출한 중국 항공사로는 북방항공, 남방항공, 동방항공, 서남항공, 서북항공, 운남항공 등 모두 7개사다.

중국 은행의 진출도 두드러진다. 현재 국내에서 영업하고 있는 중국계 은행은 중국공상(工商)은행과 중국은행(Bank of China) 등 두 곳.

공상은행은 외환위기가 시작된 97년 말 국내에 지점을 설립했다. 지난해 6월말 기준 자산총액은 5390억원. 주로 한국에 진출한 중국기업에 대한 대출업무와 중국에 공장을 세운 한국기업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삼성과 현대, KT(옛 한국통신), LG, SK 등 중국에 진출한 대부분의 국내 대기업은 공상은행과 거래하고 있다. 공상은행은 또 중국 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에게 중국기업에 대한 신용도 등의 조언도 해 준다.

중국은행은 1992년 한중 수교 직후 서울에 사무소를 설치했다. 1994년에는 사무소를 지점으로 승격시켰다. 2001년 6월 기준 서울지점의 총 자산은 7780억원.

중국은행 서울지점은 자산의 60% 정도를 무역금융으로 운용한다. 즉,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과 한국에 온 중국기업들의 수출입에 관련된 업무를 담당한다. 특히 중국 현지의 신용장(LC) 개설 은행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 국내 기업들이 많이 찾는 은행이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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