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현대차 삼성전자 KT등 현금 1조이상씩 보유

  • 입력 2002년 5월 17일 18시 17분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KT(옛 한국통신) 등이 올 3월말 현재 1조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하는 등 상장사들의 자금력이 크게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부에선 “기업들이 경제 상황을 불투명하게 봐 시설투자를 줄이고 현금 확보에 급급하기 때문”이라며 “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상장회사협의회는 17일 “12월 결산 515개 상장사들의 3월말 보유 현금은 지난해 3월말보다 3조6861억원(26.77%) 증가한 17조4557억원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상장사별로 환산해보면 약 71억원씩 증가한 것.

기업들의 현금 보유가 늘면서 단기 지급 능력을 나타내는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도 지난해 3월말의 84.26%에서 올 3월말엔 99.14%로 높아졌다. 1년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으로 부채의 99.14%를 갚을 수 있다는 의미. 특히 비제조업 분야의 유동비율은 101.85%나 됐다.

협의회 경제조사과 김성현 과장은 “기업들이 국내외 시장이 불안하다고 느껴 장기시설투자를 유보하고 있는데다 일부 기업은 금리 인상에 대비해 미리 필요 자금을 챙겨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별로는 현대차가 현금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보유 현금은 지난 1년 동안 약 2621억원이 증가한 1조3972억원. 삼성전자와 KT도 각각 1708억원, 6104억원씩 증가하면서 1조원 이상 현금을 보유한 회사 대열에 새로이 진입했다.

또 보유 현금이 많이 증가한 회사는 기아자동차(6433억원) KT(6104억원) 대우건설(3828억원) LG건설(2850억원) 등이었다.

한편 현금보유 증가율은 비제조업이 43.46%로 제조업(18.18%)을 크게 웃돌았다. 업종별로는 의료정밀(362.44%) 소매업(196.25%) 사무용기기(130.21%) 등은 증가했으나 숙박음식(79.81%) 전기기계(47.81%) 등은 감소했다.

피데스투자자문의 김한진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기업들의 경우 과잉 설비와 재고 조정이 해결되지 않았다”며 “여기다 세계 경기까지 불투명해 내년까지는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본격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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