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대기업 리더들(19)]자율-조화로 일군 대림산업그룹

  • 입력 2002년 4월 24일 18시 13분


이준용 회장(아랫줄 오른쪽에서 두번째)을 비롯한 임원들이 경영환경 변화와 관련된 강의를 듣고 있다.
이준용 회장(아랫줄 오른쪽에서 두번째)을 비롯한 임원들이 경영환경 변화와 관련된 강의를 듣고 있다.
대림산업 그룹의 경영 방침은 조화와 자율이다.

회사 이름이 뜻하는 ‘큰 숲(大林)’은 큰 나무 몇 그루만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이끼와 관목, 쭉 뻗은 침엽수와 풍성한 활엽수가 모두 어우러져 하나의 숲을 이뤄야 한다. 이게 대림의 기업이념인 ‘한숲 정신’이다.

경영 방침은 ‘각사의 사정은 각사가 가장 잘 안다’는 이준용(李埈鎔·64) 회장의 지론으로 요약된다. 그만큼 오너의 불간섭 원칙이 확고하고 계열사간 독립경영이 확보돼 있다. 전문경영인의 역량도 국내의 다른 어떤 그룹보다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인지 대림산업 그룹에는 공식적인 사장단 회의가 없다. 두 달에 한 번 꼴로 ‘티타임’을 갖는 게 전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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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에 근무하는 오너의 친인척도 거의 없다. 이 회장의 장남이 대림산업 상무로 일하는 것이 유일하다. 그나마 외부 노출을 극도로 자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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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용회장 장남 해욱씨만 경영수업

경영실적은 업계 선두권이다. 올해 1·4분기(1∼3월) 실적은 매출 5651억원에 경상이익 242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9.3%, 20.4% 증가했다. 지난해말 현재 차입금은 5000억원대로 대형업체 중 유일하게 부채비율이 100%를 밑돈다.

대림산업 그룹의 역사는 모기업인 대림산업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대림산업은 1939년 건설 자재를 판매하는 ‘부림상회’라는 간판을 달고 문을 열었다. 47년 회사이름을 대림산업으로 바꾸고 건설업에 진출하면서 그룹으로서의 발판을 다져나갔다.

이후 성장을 거듭해 66년에는 건설도급액 1위로 발돋움했고 70, 80년대에는 중동 진출과 석유화학사업 인수 등으로 사세를 키웠다.

외환위기 이후 경영난에 몰리기도 했지만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거쳐 지난해말 현재 부채비율 95.4%라는 우량기업으로 거듭났다.

▽젊은 CEO들〓대림은 ‘매우 보수적인 회사’라는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대부분의 최고경영자(CEO)가 50대로 젊은 편에 속한다. 사내에서는 이들을 ‘50대 청년’이라 부른다.

모기업인 대림산업을 이끌고 있는 이용구(李容九·56) 사장은 연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엔지니어 출신의 전문경영인. 71년 입사해 해외 및 국내 주택영업 담당 임원, 기획조정실장, 행정본부장, 사우디아라비아 사업본부장 등을 지내면서 건설업 전반을 두루 꿰는 쟁쟁한 실력의 전문가이다. 입사 후 지금까지 오전 7시에 출근하는 강철같은 체력을 자랑한다.

대림코퍼레이션 배기성(裵基成·60) 부회장은 그룹 내 맏형으로 통한다. 술을 전혀 못하는 데도 술자리에서 먼저 일어나는 법이 없고 점심 때 실무 사원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릴 정도로 친화력이 뛰어나다. 성격이 치밀하고 숫자에 밝은 재무통이다. 한일은행 출신으로 80년 대림산업 건설사업부에 입사했다.

대림INS의 갈정웅(葛政雄·57) 사장은 다재다능한 경영인. 외부에는 미국에서 기업 인수합병(M&A)을 공부하고 돌아와 ‘M&A사례집’ 등의 저서를 낸 M&A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내에서는 시 전문지를 통해 등단한 시인(78년)이자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아마추어 사진작가로도 유명하다. 태권도 공인 5단인 데다 마라톤에 심취한 스포츠 애호가이기도 하다. 외환은행에서 근무하다 77년 대림과 인연을 맺었다.

대림산업의 부사장 ‘4총사’도 ‘젊은 50대’로서 활발한 경영활동을 벌이고 있다.

장진양(張鎭洋·54) 부사장은 유화사업부를 담당하는 실무형. 71년 대한석유공사로 시작해 여천석유화학에서 잔뼈가 굵었다. 대림에는 75년 입사했다.

김철중(金哲中·59) 부사장은 평화의 댐, 이란의 카룬댐 등 국내외의 대형 토목공사를 진두지휘한 정통 토목엔지니어. 솔선수범하는 스타일로 따르는 부하 직원이 많다.

하진태(河鎭泰·51) 부사장은 대림산업의 내부 살림을 도맡고 있는 관리통. 외환위기 이후 그룹이 추진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무난히 마무리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김종인(金鍾寅·52) 부사장은 불도저같은 업무추진력을 갖고 있다. 해외건설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엔지니어이 출신으로 국내 건축영업을 맡은 지 4년 만에 대림아파트 브랜드인 ‘e-편한 세상’을 업계 정상권으로 올려놓았다.

▽떠오르는 젊은 CEO〓대림H&L 박준형(朴俊亨·50) 사장과 웹텍창업투자 이대영(李大榮·47) 사장, 아이씨티로 김영복(金永福·43) 사장은 그룹에서 주목받는 신진 3총사.

박 사장은 99년 재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대림과 한화의 유화부문 자율 빅딜을 성공시킨 주역이다.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로 76년 입사한 뒤 석유화학사업부만 근무해온 자타가 공인한 석유화학사업 전문가이다.

이 사장은 그룹 내에서 유일한 금융 관련 회사를 맡고 있다. JP모건과 한미은행 한국신용정보 등을 거쳐 95년 대림엔지니어링에 입사했다. 국제감각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다.

김 사장은 38세 임원, 40세 대표이사 등 그룹 내 각종 최연소 기록을 세워 그룹에서 늘 화제의 중심에 서온 인물. 항상 새로운 발상으로 주위를 놀라게 하는 ‘아이디어 뱅크’이다. 성악에도 조예가 깊어 자작 음반도 갖고 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대림산업 그룹을 이쓰는 주요 전문경영인
회사직위이름나이학력출신지
대림산업사장이용구56보성고, 연세대 건축서울
부사장장진양54서울고, 서울대 화공서울
부사장김철중59대전사범, 서울대 농공충남 논산
부사장하진태51경남고, 서울대 경제부산
부사장김종인52경남고, 서울대 건축부산
대림코퍼레이션부회장배기성60서울고, 서울대 독문과경남 창원
대림자동차부사장박노균53태성고, 명지대 경영경기 용인
삼호사장신일철53남성고, 고려대 경영전북 익산
고려개발사장오풍영60성남고, 연세대 문헌정보인천
부사장김세호55양정고, 중앙대서울
대림콩크리트공업사장서봉삼58부산공고경남 동래
오라관광부사장김부경54인천고인천
부사장이병선47경동고, 연세대 사회서울
대림INS사장갈정웅57경기고, 서울대 경영서울
웹텍창업투자사장이대영47대전고, 서울대 역사학서울
아이씨티로사장김영복43대광고, 서울대 산업공학서울
대림H&L사장박준형50경복고, 서울대 화공서울
부사장정승태53광주고, 고려대 행정광주
자료:대림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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