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기업 “현금 쌓아두자”

  • 입력 2001년 11월 14일 18시 49분


주요 대기업들이 연말 자금시장에서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금리가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퍼진데다 내년에 경기가 좋아질 것에 대비해 현금을 미리 쌓아놓고 투자재원으로 삼겠다는 것. 연말 연초에 만기가 집중적으로 돌아오는 회사채도 갚을 목적도 있다. 일부 중견기업들은 경기가 더 어려워지기 전에 미리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재무전략으로 현금을 비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 LG 등 회사채 발행 늘려〓삼성전자가 최근 1조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한 것을 계기로 대기업들의 자금확보전이 치열하다. 삼성전자는 8월말 회사채 5000억원어치를 발행한 데 이어 10월초에도 회사채 5000억원어치를 추가로 발행했다.

LG전자도 9월 3000억원, 10월 2000억원씩 2차례 등 총 7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또 삼성SDI가 10월초 회사채 1500억원어치를 발행했고 두산은 9월 이후 3차례에 걸쳐 회사채를 발행해 1900억원을 마련했다. 현대중공업도 7월에 2500억원, 11월엔 1000억원을 조달했다.

삼성전자는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가 1조6000억원이어서 대부분 차환발행용으로 사용한다는 계획. 이 회사는 2조원가량의 현금을 굴리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현금 유동성은 넉넉한 편이지만 또 자금을 끌어다 쓴 것. 지난달 4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한 LG전자는 이 중 3000억원을 회사채 조기상환에 쓰기로 했다. LG전자측은 “내년 2·4분기 이후 금리가 본격적으로 올라갈 것으로 보여 미리 자금을 마련해 고금리 때 발행한 회사채를 갚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정경제부가 10월말 10년짜리 장기국채를 발행해 만기가 1∼2년짜리인 단기채를 미리 갚자(buyback) 채권시장에서는 정부도 현재 금리수준이 바닥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중견그룹은 만약의 사태 대비용으로〓대기업들이 앞다퉈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확보에 열을 올리자 중견기업들도 현금비중을 높이려고 애쓰고 있다.

1000억원 정도의 여유자금을 가진 중견 D기업은 거래처가 보내주는 현금을 비축해 여윳돈을 늘리고 있다.

또 다른 중견그룹 자금 실무자는 “보통 1000억∼2000억원의 여유자금을 운용하는데 최근 이 규모를 더 늘리고 있다”며 “당장 자금 수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금사정이 어려워질 것에 대비하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관걸(李觀杰) 한양증권 채권영업부장은 “기업들이 역마진을 감수하면서 장기채권을 발행해 이 돈으로 단기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 등에 예치하는 등 언제든지 빼 쓸 수 있는 단기물로 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영해·신치영기자>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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