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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2월 2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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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가 우크라이나에 설립한 자동차 공장을 둘러싸고 벌어진 사기극은 영화나 소설을 연상케 할 정도였다고 검찰은 전했다.
김 전회장은 무분별한 해외 투자를 우려하는 그룹 간부진의 만류를 뿌리치고 2억달러를 들여 공장 건설을 추진했으나 곧 자금난에 부닥쳤다. 공장은 가동도 못해본 상태에서 공사가 중단된 것.
당초 이 공장을 내세워 유럽의 금융기관을 통해 자금을 융통할 계획을 세웠던 김 전회장은 ‘완성차 분해조립’이라는 ‘묘수’를 생각해냈다. 국내에서 생산해 우크라이나 국경까지 이동시킨 완성차를 완전히 해체한 뒤 부품을 가지고 국경을 넘어 이를 현지 공장에서 재조립한 것. 현지에서 자동차가 생산되는 것처럼 선전하려는 의도였다.
김 전회장은 없는 해외 공사를 있는 것처럼 속이기도 했다.
(주)대우에만 수조원의 적자가 누적된 98년초 김 전회장은 세계 각국의 해외 법인에 건설 공사 실적이 반영된 재무제표를 보내라는 지시를 내렸다. 당시 급조된 인도 자동차 건설 공사 등 10개 해외 건설 공사는 모두 허위였다.
이로 인해 김 전회장이 창출해 낸 해외 건설부문 당기순이익은 5925억원. 물론 서류에만 존재하는 이익이었다.
김 전회장은 또 97년 (주)대우가 리비아에서 건설 공사를 하면서 그곳 정부와 감액을 합의한 공사대금 1986억원을 받은 것처럼 속여 서류상 자산과 자기자본을 증가시키기도 했다.
김 전회장은 영국의 해외비밀계좌(BFC)에 대한 해외 채권기관의 상환 압력이 거세지고 돈을 빌려주는 금융기관은 나타나지 않자 98년 1월부터 7월까지 영국의 ‘노스우드 인터내셔날’이라는 유령회사에서 물품을 구매해 이를 제3국에 수출하는 중계무역을 하는 것처럼 서류를 조작, 수입대금을 해외에 송금하는 식으로 총 26억달러를 해외로 빼돌리기도 했다.
김 전회장의 사기극은 무리하고 독단적인 ‘세계경영’이 빚어낸 결과라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회장이 처음부터 치밀하게 준비하지는 않았지만 다급해지자 ‘땜질식’ 사기행각을 벌인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