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자구계획 난항

  • 입력 2000년 11월 17일 18시 32분


현대건설 처리문제가 현대중공업의 반발로 다시 난항에 처했다.

현대중공업이 밝힌 현대건설 지원안은 ‘현대 계동사옥을 못 사겠다. 대신 현대상선이 갖고있는 현대중공업 주식을 사는 방법으로 건설을 돕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는 우선 전날 계동사옥을 현대중공업에 팔아 자구대금으로 활용한다는 정몽구(鄭夢九)현대기아차 회장과 정몽헌(鄭夢憲)현대아산이사회 회장간 합의안을 정몽준(鄭夢準)고문이 거부하고 나선 것으로 현대 계동사옥을 통해 1700억원의 자구대금을 마련하려던 현대건설의 자구안에 결정적인 차질이 빚어졌다.

또한 현대중공업(정몽준 고문)의 수정제의를 현대상선(정몽헌 회장)이 거부하고 나서 현대건설 자구안은 이들 3형제의 완전한 합의가 있을 경우에만 가능하게 됐다. 그러나 정부와 채권단은 20일 오전까지 자구안을 만들라는 강경한 입장을 현대측에 공식 통보, 주말에 현대 형제간 활발한 물밑 접촉이 예상된다.

▽현대중공업 반대〓현대중공업은 이날 발표문을 통해 “외국계 거래은행에서 경영층에 ‘계동사옥을 매입할 경우에는 앞으로 금융업무에 차질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고 서울사무소 근무인원이 400여명밖에 안돼 매입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또 “법과 제도가 허용하는 선에서 이미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중공업과 현대정유 주식을 인수했다”며 “회사의 안정 경영을 위해 현대상선이 보유한 주식을 매입하는 방안을 건설에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이 제시한 안은 현대상선이 갖고 있는 현대중공업 지분(12.46%) 중 3.5%(500억원 상당)를 매입하고, 현대상선이 그 대금으로 현대건설의 기업어음(CP)이나 회사채를 매입토록 하는 3각 지원방식이다.

▽현대상선도 협조 난색〓현대상선측은 그러나 “현대중공업 주식을 금년 5월 주당 2만1000원에 매입했는데 현재 주가가 1만8000원대여서 손해를 감수하고 팔 수는 없다”며 “설령 주식을 매각하더라도 상선의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예정이며 건설을 지원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결국 계동사옥을 팔아 1700억원을 마련하겠다던 현대건설의 자구안은 결정적인 차질을 빚게 됐다.

현대상선은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면서도 “만약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건설을 지원했다가는 외국 금융기관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되고 이는 곧 회사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갈길 바쁜 현대〓현대중공업의 도움을 기정사실화하고 17일 오후 자구안 발표를 준비하던 현대측은 현대중공업측이 계동사옥 매입을 거부하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현대중공업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현대중공업의 입장을 이해하지 않고 무리한 요구를 한 것”이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현대는 유력한 대안으로 다른 계열사나 친족기업들에 계동사옥을 분할 판매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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