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계 외환자유화 문제점]자본도피-환란 '무방비' 우려

  • 입력 2000년 10월 12일 18시 30분


우리 경제가 자본시장 전면 개방을 수용할 수 있는 체질인가.

내년 1월로 예정된 제2차 외환거래 자유화가 시행되면 뭉칫돈이 얼마든지 국경을 넘나들 수 있게 된다. 이 가운데 ‘검은 돈’이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물론 경제 개방과 외환시장 활성화는 대세라는 데 이견은 없다. 그러나 정책의 추진에는 적절한 ‘타이밍’이 있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허약한 경제 체질〓재경부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외화를 해외로 밀반출하려다 적발된 외화 규모도 97년 122건, 332억5400만원에서 지난해 181건, 9138억2700만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올들어 7월말까지는 125건에 1조2875억48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반출 규모가 48.3% 증가했다.

정부는 외환보유액이 930억달러에 이르기 때문에 급격한 환율변동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자본의 유출입에 대한 통제를 폐지할 경우 중남미 국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정상적인 자본 유출은 물론 자금 도피도 우려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반론이다.

고려대 경영학과 어윤대 교수는 “정부가 원화 평가절하시 외환시장에 개입해서 안정시킬 수 있는 외환을 보유하고 있다지만 한국자본뿐만 아니라 외국자본까지도 환율 변동에 따라 급격히 빠져나갈 수 있는 위험성은 상존한다”고 말했다.

▽수혜자는 누구인가〓정부는 새 제도 시행으로 국민생활이 편리해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4인 가족 해외이주비 한도 100만달러(약 11억원)를 폐지하면 특수계층의 해외자본 도피를 합법화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유종일 연구위원은 “1차 외환거래 자유화는 주로 기업에 대한 내용으로 해외영업을 자유롭게 한다든지 하는 장점이 있었지만 개인에 초점이 맞춰진 2차 외환거래자유화는 수혜 계층과 효과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무대책 걱정된다〓정부는 외환 거래를 감시하는 기구인 대외금융거래정보시스템(FIU)을 발족시키기로 하고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자금세탁 처벌법)과 특정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금융정보법)을 입법 예고했다.

FIU 구축기획단의 현재 인원은 19명. 검찰 국정원 국세청 금감원 등 11개 기관의 직원들이 파견 형태로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FIU는 당초 목표였던 외환거래 전반에 대한 모니터링이 아니라 국내 금융거래까지 포괄하는 자금세탁처벌을 위한 정보수집기관으로 퇴색됐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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