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4일 발표될 예정이던 부실대기업 회생 퇴출기준(가이드라인) 발표가 5일로 늦어진데 대해 은행 산업계 등에서 비판의 소리가 높다. 금감위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로 방침을 정했으면 투명한 기준을 하루빨리 제시해야 하는데 이렇다 할 지침도 없이 시간을 끌어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
금감위는 9월22일 ‘2단계 금융구조조정 추진계획(블루프린트)’을 발표할 때만 해도 가이드라인을 9월말까지 마련한다고 했다. “10월중에 회생할 기업과 퇴출돼야 할 기업을 확정하려면 가이드라인을 하루라도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이었다. 그러나 ‘준비미비’를 이유로 9월을 넘긴 뒤, 이달 2일에 4일 확정해 해당은행에 통보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그런데도 개천절 연휴를 지내고 난 4일에도 “아직 최종방안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발표를 미뤘다.
금감위가 발표를 미룬 것은 ‘설익은’ 기준을 제시했을 경우 은행과 기업체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우려한 탓이다. 건설 해운업체 등 업종성격상 부채비율이 높다든지, 설립된 지 몇년 안된 기업처럼 이자보상비율이 낮은 경우가 있는데 획일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올바른가 하는 지적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판단의 최종책임은 채권단에 있는 만큼 은행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당초 금감위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로 한 것은 은행과 기업에 맡겨놨더니 기업구조조정이 제대로 되지 않아 시장신뢰가 떨어지고 자금시장이 경색되는 등 부작용이 있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퇴출돼야 할 기업을 정리하겠다는 블루프린트가 발표되자 주가가 상승한 것은 이런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런데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때는 이해당사자의 반발과 언제 부메랑으로 날아올지 모르는 책임 때문에 주춤주춤하고 있어 눈총을 받고 있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