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LG 구조조정 실무사령탑 강유식사장

  • 입력 2000년 7월 20일 18시 31분


‘참여연대나 경제정의실천연합에 있어야 할 사람.’

LG 구조조정본부 강유식(姜庾植·52) 사장은 그룹 내에서 ‘재야’로 통한다. 외환위기 이후 그룹의 개혁 사령탑을 맡으면서 얻은 별명이다.

그는 97년 1월 회장실 부사장과 98년 구조본 부사장, 99년 구조본 사장을 거치면서 전략기획통으로서의 능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외환위기 이후 LG가 36억달러의 외자를 유치하고 ‘LG필립스 LCD’ 등 14개의 합작기업을 탄생시키는 과정에서 강사장은 핵심 역할을 했다.

이달초에는 LG를 2003년까지 순수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는 ‘LG 21세기 비전’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LG는 지배구조를 지주회사 체제로 바꾸고 미래 핵심산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가속화해 과거 재벌경영의 문제점이었던 선단식 경영의 토대를 없앨 것”이라고 강조했다.

18일 LG산전이 전무와 상무보를 없애 임원 직급을 5단계에서 3단계로 줄인 것을 시작으로 다른 계열사들도 다음달까지 직급을 개편할 예정이어서 강사장이 밝힌 21세기 비전은 이미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그룹 내에서는 강사장이 △72년 입사해 LG전자에서 87년 임원으로 승진한 후 전략기획 부문을 담당하면서 전자 통신부문 사업구조의 틀을 짜는 실무책임을 맡았고 △92년부터 미국에서 LG반도체 현지법인 사장을 지낸 경험이 개혁적인 업무스타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인회계사로서 금융 재무에도 밝은 강사장은 참여연대의 한 교수로부터 “총수에 대한 충성심보다는 기업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그대로 행동에 옮기는 전문경영인으로 존경심마저 갖게 됐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매주 두 차례 임원회의를 주재하지만 회의시간은 20∼30분을 넘지 않는다. 보고서도 요점만 간단히 하도록 하고 메모만 올려도 전혀 개의치 않아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직원들은 말한다. 말을 하지는 않지만 정곡을 찌르는 명쾌한 논리로 상대방을 압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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