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自 계열분리 '공정위 伏兵'…"왕회장 지분 3%이내"

  • 입력 2000년 6월 9일 19시 24분


현대그룹이 자동차 소그룹의 계열분리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라는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났다.

9일 현대관계자들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현대와의 비공식 협의과정에서 현대자동차 소그룹이 현대그룹에서 분리되려면 정주영(鄭周永)전 현대명예회장이 가지고 있는 현대자동차 지분(현재 6.9%)을 3% 이하로 낮출 것을 촉구했다.

공정위의 이같은 입장은 ‘왕회장’이 현대건설 등 현대계열사 지분을 대부분 처분하고 명예회장직에서 사퇴했지만 현대그룹에 대한 ‘왕회장의 영향력’이 사라졌다는 명백한 증거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의 ‘주문’은 계열분리를 서두르는 정몽구(鄭夢九)회장 주도의 현대자동차소그룹보다 오히려 정몽헌(鄭夢憲)전회장의 영향력이 여전히 강한 현대그룹쪽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현대그룹측은 공정위측에 “정주영 전명예회장이 경영일선 퇴진을 선언했고 지분마저 처분했기 때문에 현대그룹과 정 전명예회장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항변하면서 왕회장의 지분처분 없이 계열분리를 승인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측은 정몽구회장이 경영퇴진을 거부하는 가운데 ‘왕회장’의 지분을 낮출 경우 정몽구회장에 대한 최후의 견제수단을 잃게 된다며 우려하고 있다. 현대측은 공정위가 자신들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정몽구회장의 퇴진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계열분리를 늦출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반대로 현대자동차측은 공정위의 제동을 환영하면서 현대그룹측이 하루빨리 공정위의 촉구를 받아들여 계열분리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차의 이같은 입장은 정 전명예회장이 자동차지분을 많이 갖고 있는 한 정몽구회장의 경영권이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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