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銀 희비교차]대우증권 "喜" 한국증권 "悲"

  • 입력 2000년 6월 5일 20시 45분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금융 구조조정 와중에서 ‘오늘의 비극이 내일의 희극’으로 둔갑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하나은행의 한국종금 추가 유동성 지원방침은 ‘새옹지마(塞翁之馬)’의 대표적인 사례.

한국종금의 대주주인 하나은행은 최근 한국종금의 유동성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850억원을 긴급 지원한 데 이어 5일 추가로 850억원을 지원할 뜻을 밝혔다. 하나은행측은 1700억원을 지원한 뒤 한국종금이 설사 부도가 나더라도 원금은 고스란히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돌려 받을 수 있어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

하나은행이 한국종금에 ‘물리게 된’ 배경은 지난해 9월 대우증권 증자과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금융감독위원회는 대우증권 정상화를 위해 하나은행 등 9개 은행에 500억원 이상씩 증자해줄 것을 요청했고 한빛 등 공적자금을 받았던 은행들까지 십시일반으로 증자에 참여했다. 심지어 매각을 앞뒀던 제일은행까지 1558억원을 증자에 투입해야 했다.

하나은행은 그러나 대우그룹의 몰락으로 위기에 빠진 한국종금을 170억원에 인수하겠다는 조건을 제시, 대우증권 증자에 12억원만 집어넣었다. 당시 H은행 관계자는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처럼’ 하나은행이 부러웠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불과 8개월 뒤 하나은행을 부러워하는 은행 관계자들은 찾아볼 수 없다. 한국종금의 유동성위기가 표면화한 이후 종금의 미래를 점칠 수 없게 된 것. 하나은행측은 “어차피 부실종금사 정리기관인 한아름종금에 맡겼던 1700억원을 그대로 한국종금에 빌려주는 것”이라며 “금리도 오히려 1%포인트 정도 높게 받는다”고 설명. 그러나 은행권에선 한국종금의 회생이 불가능해질 경우 하나은행의 신뢰도 역시 상처를 입을 것으로 관측한다. 퇴출대상인 충청은행 자산인수를 거부하고 독일계 코메르츠방크를 합자 파트너로 끌어들였던 외환은행도 비슷한 사례. 당시 홍세표 행장은 정부의 요청을 거부한 뒤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나면서 후임행장까지 자행 출신을 앉혔다. 금융가에선 지금 “정부쪽이 밀던 오호근 전 기업구조조정위원장을 행장에 앉혔다면 외환은행 구조조정은 훨씬 용이했을 것”이라고 평가한다.반면 노조의 반발을 무릅쓰고 금감원 김상훈 부원장을 행장으로 영입한 국민은행은 ‘전화위복’ 케이스. 김행장은 취임 직후 과감한 임원인사를 통해 내부장악에 성공, 은행 구조조정을 소리없이 이끌고 있다는 중간 평가를 받고 있다.

<박래정·박현진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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