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값 폭락]재벌 오렌지 장사에 농민 "위기"

  • 입력 2000년 6월 5일 20시 45분


과일 파동이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농림부는 여름철 성수기를 앞두고 과일 가격이 계속 폭락해 이대로 가다가는 산지의 농민들이 연쇄적으로 도산할 것으로 보고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이번 과일 파동은 오렌지 때문에 야기되고 있다.

농림부에 따르면 LG 해태 등 일부 재벌그룹 들이 국내수요도 감안하지 않은 채 마구잡이로 오렌지를 수입해 문제가 되고있다는 것이다. 올 들어 5월말까지 이들이 수입한 오렌지는 4만 1999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933t에 비해 무려 6배나 늘어났다.

여기에 공식창구인 제주감귤조합의 수입분까지 합하면 무려 7만130t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3만853t의 2배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량이 이처럼 폭발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국내 시장에서 거래되는 오렌지 가격이 연일 떨어지고 있다. 18kg 한 상자의 가격이 지난해 6월에 평균 5만4000원에 형성되었으나 올해는 2일 현재 2만8200원까지 떨어져 있다. 오렌지 파동은 모든 과일로 확산되고있다. 다른 과일에 대한 수요가 오렌지 쪽으로 이동하는 바람에 사과 배 등 거의 모든 과일값이 폭락하고있는 것이다.

과일가격의 하락은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부담을 줄여주는 긍적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농림부는 그러나 이번 과일 파동은 아무런 예고 없이 닥친 데다 그 정도가 심해 국내 과일 농업의 기반을 무너뜨릴 것으로 우려하고있다. 가뜩이나 취약한 과일 농업이 붕괴하면 농민의 소득이 감소하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국내 산출량이 줄어들어 가격도 치솟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번 파동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일부 재벌그룹들의 과당경쟁이다. 우루과이 협상에 따르면 우리는 이른바 최소시장접근(MMA)으로 불리는 의무수입량만 들여오면 된다. 그러나 재벌그룹들은 고율의 과세를 물어가며 이선 마저 초과해 수입했다.

제주감귤 농업협동조합측의 ‘이기주의’도 오렌지 과잉수입의 주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제주 감협은 우루과이라운드(UR)에 따라 민간기업 보다 19.6% 낮은 관세율(50%)로 오렌지를 수입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있는 창구. 그러나 예년과 달리 이 수입권을 민간기업에 공매하지 않은 채 오히려 민간과 수입경쟁을 벌여 눈총을 사고 있다. 업계는 “제주감협이 수입권을 공매했다면 수입물량을 상당부분 축소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편 한국농업경영인 중앙연합회는 최근 LG상사 해태상사 등에 항의서한을 보내 오렌지수입 중단을 촉구했다. 연합회는 “대기업들이 농업인의 피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오렌지를 무분별하게 수입하고 있다”면서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불매운동 등 가능한 수단을 강력하게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수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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