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호수석 발언]재벌해체 본격화 길 닦기

  • 입력 2000년 6월 2일 19시 04분


책임전문인경영체제로 전환하면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이기호 청와대경제수석의 발언이 주목을 끌고 있다. 벌써부터 경제계에서는 정부가 현대 사태를 계기로 다른 그룹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그룹해체와 소유 경영 분리를 유도하려고 정책방향을 잡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어떤 지원이 가능한가〓재경부 관계자는 “책임전문경영인체제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모호하다”면서 “그러나 작년에 민간 차원에서 마련한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 준수여부가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규준을 준수하는 기업들은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는데 유리해지고 신용등급도 올라가며 일반투자가로부터 자금을 보다 쉽게 끌어들이는 등 여러 가지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차원에서는 정부 입찰 시 우대해주는 등의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면서 “앞으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재경부는 형평성을 깨뜨리지 않는 범위에서 세제지원방안도 찾아볼 예정.

▽왜 지원하나〓책임전문경영인체제 정착을 위해 지배구조개선안을 입법화하는 등 강제조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책임전문경영인체제 촉진을 위해서는 가시적인 이익이 따르도록 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한마디로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사용하겠다는 뜻이다.

책임전문경영인체제 확립은 재벌개혁의 핵심에 해당한다. 불과 5%안팎의 지분을 갖고 있는 재벌가문이 무분별한 차입을 통해 방만한 사업확장에 나선 뒤 실패할 경우 자신들은 지분만큼의 책임만 지고 95%지분의 주주와 채권자, 종업원 등 이해관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시스템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특히 합리성과 효율성을 갖춘 책임전문경영인체제가 자리잡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는 개방화, 국제화에 따라 점점 치열해지는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도 이 체제의 확립이 시급한 이유중의 하나다. “재벌그룹이 오너경영진의 퇴진여부와 상관없이 지배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결국 국내외 투자가들로부터 외면당해 경쟁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확산되고있다. 그러나 인센티브를 통한 개혁은 국민의 세금을 재벌들에게 몰아준다는 형평성의 시비를 낳을 수 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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