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적대적 M&A허용방침에 '기관 주의보'

  • 입력 2000년 5월 30일 20시 14분


정부가 증시활성화 차원에서 적대적 기업인수 합병(M&A)을 전면 허용할 방침인데다 금융감독원도 M&A의 활성화를 위해 사모(私募)펀드 허용을 추진, 적대적 M&A와 대상 업체들이 증시의 화두(話頭)로 떠올랐다.

▽어떤 기업이 적대적 M&A의 대상이 되나〓재무상 당기순이익이 시가총액보다 높거나 사업내용이 훌륭해도 경영을 제대로 못해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들이 타깃 0순위로 꼽힌다. 또 이익을 빼돌려 부당하게 계열사를 지원하는 재벌기업도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질 경우 기관투자가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 또 기업이 갖고 있는 순자산가치보다도 시가총액이 낮아도 M&A 대상이 될 수 있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펀드에서 M&A할 목적으로 주식을 사들인다면 보유주식수가 5%를 넘어도 지분변동신고를 하지 않아도 되고 공개매수 신청을 할 필요도 없기 때문에 M&A를 위한 지분매집이 부쩍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투신사에 ‘사모펀드’ 허용〓금감원이 허용을 준비중인 사모펀드는 M&A수단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사모 주식형펀드는 공모(公募)펀드와 달리 펀드의 종목당 편입한도(신탁재산의 10%,발행주식수의 20%) 제한을 받지 않기 때문에 특정주식에 대한 집중 투자를 할 수 있다. 대한투신 이척중(李拓中)상품개발부장은 “업계에서 사모펀드 종목당 편입한도를 펀드자산의 50% 이내로 하고 적대적 M&A 수단으로도 가능하도록 요청한 바 있다”고 밝혔다. 사모펀드는 주로 기관들이 가입하면서 특정종목에 대한 주가관리를 하거나 아예 타깃을 정해 경영권까지도 넘볼 수 있는 M&A 전문펀드 기능을 할 수 있다.

▽기관투자가 공격, 자사주 수호경쟁〓재정경제부 입장은 ‘부실기업 대주주의 경영전횡을 막기 위해 주식형펀드나 뮤추얼펀드가 주식이나 채권투자 수단에서 벗어나 최고경영자를 교체할 수 있는 적대적인 M&A수단 역할을 행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 따라서 정부는 전문 M&A펀드나 이른바 ‘벌처펀드(Vulture Fund)’까지도 허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펀드를 통해 경영자가 잘못해서 회사가 부실해질 경우 기관투자가가 나서 경영권을 위협하고 전문경영인을 내세워 회사지배구조를 개선토록 할 방침이다. 자연스럽게 공격자와 방어자간의 지분싸움이 일어나고 M&A 재료가 주가상승에 묘약(妙藥)이 될 수 있다.

▽업계는〓재계에서는 당국의 적대적 M&A 전면 허용에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증시침체로 주가가 턱없이 낮아 있어 기관투자가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싼값에 지분을 매집해 쉽게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기 때문.

노동시장이 유연하지 못하고 국민정서상 M&A에 대한 거부감이 커 당장 M&A가 활성화된다고 볼 수 없지만 M&A사태에 대비하려면 항상 지분변동 등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분석이다.

▼벌처펀드(Vulture Fund)▼

일시적으로 어려움에 빠진 기업의 부실한 자산을 저가에 인수해 상황이 호전된 뒤에 고가에 되팔아 차익을 내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펀드(또는 회사). 투자형태에 따라 경영권인수형, 증권투자형, 자산인수형으로 구분됨.

<최영해기자> 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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