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경영자協등 해체를"…李재경, 독단경영 강력경고

  • 입력 2000년 3월 27일 20시 12분


정부는 현대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기업경영의 투명성 책임성과 대외공신력에 막대한 손상을 입힌 구시대 가족경영 관행의 대표적 폐해’로 규정, 이번 인사파문 과정에서 물의를 빚은 구조조정본부와 현대그룹 경영자협의회의 조속한 해체를 요구했다.

정부는 다른 재벌그룹에 대해서도 구조조정본부 또는 이와 유사한 비서실 종합기획실 등의 해체를 요구하는 한편 4월 총선이 끝난 뒤 오너 중심의 독단적 경영권 행사를 문제삼을 방침이어서 현대의 경영권 분쟁은 정부의 재벌개혁을 가속화하는 양상으로 발전했다.

재정경제부는 27일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하는 경영진 인사에 대해 현대측이 대주주 1인의 결정을 마치 그룹의 결정인 것처럼 경쟁적으로 발표한 것은 현 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한 재벌개혁 및 기업지배구조 개선노력의 취지를 근본적으로 훼손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재경부는 “회사의 대표이사 선임을 개인간에 물건을 주고받듯이 하고 독립적인 기업의 경영권이 호주상속하듯이 승계되는 것은 개선해야할 구시대적 관행의 폐해”라며 현대측이 구조조정본부 해체 등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여신회수 등 제재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헌재(李憲宰) 재경부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구조조정본부는 비서실이나 기획조정실을 없애는 대신 구조조정 업무를 처리할 필요성 때문에 한시적으로 도입된 기구”라며 “비서실 등 재벌통제기구의 폐지는 정부와의 약속인만큼 현대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장관은 정몽헌(鄭夢憲) 단독회장 체제가 된 현대 경영자협의회에 대해서도 “자기들끼리 논의하는 것은 모르지만 대외적으로 실체가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경영자협의회가 조속히 없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이장관은 또 “법적 권한이 없는 사람이 이같은 조직을 통해 경영권을 장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다른 그룹들도 여러 가지 계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재벌개혁 정책을 본격적으로 펴나갈 뜻임을 시사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인사파문이 처음으로 불거진 현대증권의 경우 정주영(鄭周永) 명예회장은 지분이 전혀 없고 등기임원으로 등재돼 있지도 않다”며 인사처리 과정에 절차상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이장관은 이어 △현대자동차의 올 상반기중 계열분리 완료 △현대 금융계열사에 대한 건전성 감독 강화 △사외이사 권한 강화 등 기업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더욱 강도높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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