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건희회장, 모친장례식 불참…궁금증 자아내

  • 입력 2000년 1월 4일 19시 42분


이건희(李健熙)삼성회장이 모친인 박두을(朴杜乙)여사의 빈소에 4일 오후까지도 참석하지 못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3일 타계한 박여사의 발인은 5일 오전 8시반. 발인 시간을 맞추기 위해선 늦어도 4일 오후5시(한국시간) 미국 텍사스 현지에서 귀국비행기에 탑승해야 하지만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회장은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21일 열린 올 한해 구조조정을 결산하는 청와대 정재계 간담회에도 불참했다. 삼성측은 “이회장이 12일 출국한 뒤 간담회 일정이 확정돼 미국 최고경영자들과의 선약을 깰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모친의 장례에도 귀국하지 못하자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라는 의혹을 불러일으킨 것. 이회장과 미국까지 동행했던 부인 홍나희여사는 시어머니 타계 소식을 듣고 4일 오전 급거 귀국했다.

이회장의 장례 불참은 지난해말 증시에 파다했던 와병설에 신빙성을 더해주고 있다. 현재 증시에 떠도는 이회장 와병설은 그가 ‘치료 가능한’ 암에 걸려 미국내 전문병원의 수술을 받았다는 것. 국내에서도 치료가 가능하지만 괜한 억측을 불러일으킬 것을 우려해 미국행을 택했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이에 대해 삼성측은 “이회장이 야간산보를 무리하게 하다 지난해 12월 무릎에 염증이 생겨 이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것이 전부”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회장 귀국이 늦어지면서 삼성 구조조정본부에는 비상이 걸렸다. 모친의 장례에 불참할 경우 도덕성 시비가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 삼성측은 “텍사스 지역의 일교차가 20도에 달해 이회장이 몸살에 걸린 끝에 폐렴증세마저 보이고 있다”고 공식 해명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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