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통합社 「현대 적합」평가 의미-전망]

  • 입력 1998년 12월 24일 18시 56분


반도체 통합법인의 경영주체 선정을 맡았던 미국 컨설팅업체 아서 D 리틀(ADL)사가 현대전자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3개월을 끌어온 반도체 산업 구조조정은 새 국면을 맞았다.

LG그룹과 정부의 후속 대응이란 변수가 남아있지만 일단 ‘통합대세론’에 무게가 실리고 LG의 입지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통합 움직임이 급류를 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ADL과 LG반도체가 실사계약을 하지 않았고 충분한 자료를 제공하지 않은 상태에서 평가가 진행돼 이를 둘러싼 정당성 시비가 일 것으로 보인다.

▼불신과 후유증 증폭〓ADL의 평가결과가 나오자 정부와 현대측은 공신력있는 컨설팅업체의 평가결과인 데다 평가결과에 승복하기로 이달 초 청와대 간담회에서 합의한 만큼 LG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입장.

반면 LG는 “ADL과 실사계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평가결과를 수용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LG측은 특히 ADL측이 LG의 협력에 감사하고 LG가 제공한 자료 운운한 것은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ADL의 의견중 △현대와 LG를 국제적으로 ‘2군 업체’로 규정한 것과 △내년 하반기 D램시장을 불투명하게 평가한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S그룹 관계자는 “ADL의 평가는 산업정책적 고려가 결여된 것 같다”고 촌평.

▼딜레마에 빠진 LG와 정부〓5대 재벌 개혁의 대미(大尾)를 장식할 반도체산업 빅딜은 일단 LG의 대응방식에 따라 상황이 극단적으로 엇갈리게 됐다.

현재 시점에서 LG의 선택카드는 매우 제한돼 있다. ADL의 의견을 평가절하하면서 독자회생으로 가거나 평가기준 변경을 통한 재실사를 추진하는 것 두가지.

독자회생을 택할 경우 정부와 채권단은 수차례 공언한 대로 ‘여신규제’에 돌입할 예정. S법무법인 관계자는 “이번 평가를 통해 LG에 통합을 다그칠 법적 근거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정부가 금융권을 통한 압박공세를 벌일 명분은 축적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신규제의 강도가 높을 경우 LG반도체는 물론 LG그룹 계열사들의 연쇄부도를 피할 수 없어 결국 LG가 견딜 수 없게 될 것이란 게 일반적인 관측.

반면 정부가 ‘미지근하게’ 대응하면 대우전자―삼성자동차 빅딜 등 구조조정에 부정적인 여론에 기름을 부을 것은 분명한 현실. 이 때문에 정부가 세무조사나 개인비리 추적 등 강력한 압박수단을 동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의 단호한 의지와 ADL이 실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균형과 공정성을 특히 강조한 점등을 감안하면 LG가 재실사를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

현대가 반발할 것은 물론이고 ‘연내 기업개혁 뼈대 완성’이란 정부의 개혁일정도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따라서 재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현실적 걸림돌을 의식해 최근 ‘현대와 LG간 다른 기업을 주고 반도체를 받는 또다른 슈퍼 빅딜’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합병시 세계 반도체업계 지각변동〓두 회사 합병이 현실화될 경우 삼성전자(18.8%)에 이어 세계 D램시장의 2위 업체(15.7%)가 탄생한다. 생산설비 기준으로는 삼성을 제치고 세계 최대덩치다. 이에 따라 두 회사 합병을 주시해온 세계 반도체업계에도 또 한차례 시장재편의 회오리가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반도체 빅딜이 끝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원만한 모양새를 갖추지 못할 경우 정부와 채권단의 개입이 불보듯 뻔하고 통합 시너지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팽배하다. S그룹 관계자는 “세계시장을 상대하는 반도체 산업은 매우 독특한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다”며 “인력과 기업문화의 화학적 통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빅딜 효과는 매우 제한적인 선에 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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