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송하무역 성공신화]12명이 연수출 800만 달러

  • 입력 1998년 10월 25일 19시 51분


‘여성 블라우스 단일 품목으로 일본 한지역에만 연간 1백70여만벌 수출. 올해 수출 예상액 8백만달러. 해외 바이어 3백여명 초청, 독자적인 수출상담회 개최. 중국 6개 도시에 하청을 주고 있는 공장이 8곳….’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의 이야기가 아니다. 직원이 12명에 불과한 부산의 소규모 의류업체인 송하무역(대표 황성근·黃成根·41)이 회사 설립 6년만에 일궈낸 쾌거다.

송하는 설립 첫해 70만달러를 수출한데 이어 93년 2백40만달러, 95년 5백만달러, 작년에는 수출액이 5백80만달러를 기록해 경기 침체에 아랑곳하지 않고 매년 큰 폭의 수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에는 통상산업부로부터 ‘5백만불 수출탑’을 수상했으며 지난달 말 현재 수출액이 이미 6백만달러를 넘어섰다.

중소기업이면서도 국내 대기업 원단 제조회사로부터 물건을 납품 받고 삼성물산 중국 현지공장에 하청까지 주고 있는 것도 의류업계에선 유명한 이야기다. 송하의 저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송하의 성공은 일본인의 정서를 철저하게 파고든 황성근사장의 ‘일본 공략’이 맞아떨어졌기 때문.

일본 간사이(關西)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황사장은 “일본인과 거래를 할 때는 신뢰를 구축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예로 93년 한 일본 수입업자로부터 3주만에 물건을 납품하라는 ‘무리한’ 요구를 받았지만 밤샘 작업을 해가며 납품 날짜를 맞춰준 덕택에 지금까지 주요 거래처로 이어져오고 있다는 것.

황사장의 독특한 경영 스타일도 성공에 한 몫을 했다. 경영자도 제조의 전 공정을 알아야 바이어와 체계적인 상담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는 회사 설립 초기 밤늦게까지 완제품을 뜯어가며 연구를 했고 봉제도 배웠다.

수출 상담을 위해 해외 출장을 갈 때 디자이너와 봉제공을 항상 대동하는 것도 독특한 모습.

“바이어가 원단과 디자인을 고르면 즉석에서 2시간만에 옷을 만들어 내놓습니다. 그리고나서 바이어가 팔 길이라든지 단추 위치라든지 부분적인 수정을 요구하면 또 곧바로 고쳐서 보여줍니다.”

그렇게 하면 옷 한 벌을 팔기 위해 한국과 일본 사이에 팩스와 샘플이 수차례 오가는 과정을 생략할 수 있으며 수입업자도 믿고 일을 맡긴다는 것.

황사장은 또 “업무 시스템을 주요 거래국인 일본에 맞춰야 한다”는 지론에 따라 모든 서류를 일본어로 써서 올릴 것을 요구하는 등 직원들에게 일본에 타깃을 둔 영업 마인드를 갖추라고 강조한다. 그 결과 일본어를 전혀 모르던 직원도 이제는 E메일을 일본어로 주고받을 정도로 일본어실력이 늘었다고.

다음달 12일부터 나흘간 1억원을 들여 개최하는 수출상담회에는 부산지역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 의사를 밝히는 등 총체적 침체를 겪고 있는 부산에서 송하는 주목받는 성장기업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부산〓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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