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0월부터 경기부양』…구조조정 물건너 가나

  • 입력 1998년 8월 28일 19시 52분


정부는 금융 기업 구조조정을 9월말까지 일단락짓고 10월부터 경기부양에 나서기로 했다.

또 벌써부터 경제정책의 무게중심을 경기부양쪽으로 옮기면서 구조조정의 강도를 완화하고 있다.

이는 정부 여당 내에 경기부양론이 전반적으로 강세를 띠게 되고 정치논리를 앞세운 빅딜(대규모 사업교환) 요구 등 치밀하지 못한 구조조정 추진이 많은 부작용을 빚어온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구조조정이 극히 미흡한 채로 마무리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27일 “10월부터 금융시장 안정화에 주력, 금융 구조조정으로 기업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금감위는 각 금융기관에 중견 중소기업의 여신 80조원을 올 연말까지 일괄 연장토록 조치했다.

중소기업 중 6.4%에 해당하는 1천4백22개사만 퇴출대상으로 정했다.

각 금융기관은 나머지 대부분의 중소기업에 신규 여신을 제공했다가 부실이 생겨도 책임을 추궁당하지 않는다.

5대 그룹이 빅딜을 하지 않을 경우 여신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던 방침도 후퇴했다. 각 그룹이 은행과 협의해 자율적으로 추진토록 한 것.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대상 기업수도 현재까지 17개에 그치고 선정시한도 9월말까지로 연기됐다.

금감위는 당초 8대 시중은행들에 대해 6∼64대 그룹과 중견기업 가운데 은행별로 12개씩 총96개의 워크아웃 대상기업을 7월15일까지 선정토록 한 바 있다.

금융 구조조정과 관련, 금감위는 13개 우량은행의 경영진단 결과를 토대로 일부 은행에 경영개선조치를 내릴 방침이었으나 사실상 모두 승인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퇴출은행 선정 때는 2000년 6월에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 8%를 달성할 수 있을지 여부까지 따졌으나 13개 우량은행에 대해서는 7월부터 시행중인 수정 은행감독원 기준이 아닌 종전 기준을 적용했다.

경영개선계획을 조건부로 승인받은 은행들에 대해서도 ‘선(先) 외자유치, 후(後) 정부지원’ 방침을 바꿔 자구노력을 전제로 외자유치 전이라도 부실채권 매입, 증자 참여 등을 통해 지원키로 했다.

현재 영업중인 14개 종합금융사에 대해서는 당국의 증자 적법성 심사를 거치지 않고 6월말 현재 BIS비율 6% 달성을 기준으로 더 이상 퇴출을 시키지 않기로 했다.

리스사는 25개 중 21개사가 채무가 재산을 초과한 상태이지만 당초의 처리 방침과는 달리 아직 정리되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금감위의 한 관계자는 “92년 불황기에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경기부양책을 써 지금같은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며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계속되지 않으면 국제신인도 하락은 물론이고 국가경쟁력 제고도 어려울 것”이라고 사견을 밝혔다.

〈김상철기자〉sckim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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