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한일銀 합병/해결과제]점포-인력 비슷…감원불가피

  • 입력 1998년 7월 31일 19시 13분


상업 한일은행이 완전한 한 개의 은행으로 합쳐지기 위해서 갈 길은 결코 순탄치 않다.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은 “두 은행의 조직감축과 노사안정이 정부지원의 전제조건”이라고 못을 박았다.

▼슬림화〓두 은행은 닮은 꼴이다. 점포수와 인력구조가 비슷하다. 서울시내 여기저기서 두 은행의 지점이 동시에 발견되는 게 흔한 일일 정도로 업무영역의 중복이 많다.

점포수를 줄인다는 것은 인원감축을 의미한다. 금감위에서는 직원 7천8백여명의 상업은행과 7천4백여명의 한일은행이 5천명 이상은 해고해야 합병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은행 노조는 해고에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전석홍(田錫弘)한일은행노조위원장은 “합병을 무턱대고 반대하지는 않는다”며 “그러나 직원보호조치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지원〓전폭적인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면 합병된 은행은 ‘슈퍼부실은행’으로 전락하게 된다.

6월말 현재 두 은행의 요주의 이하 부실여신은 14조8천여억원. 두 은행은 정부가 6조원 가량의 부실채권을 매입해주고 2조원 가량을 지분참여해주길 바라고 있다. 정부 일각에선 ‘3조∼4조원 지원’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런 경우 두 은행의 정상화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금융계의 지적.

▼대등합병의 어려움〓법무법인 김&장의 한 변호사는 “합병시 어느 한쪽이 다른 한 쪽을 완전히 장악하지 않으면 합병이 성공하기 어렵다”며 “대등합병은 합병 실패를 의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월스트리트에서는 대규모 2개 기업의 대등 합병에 대해서는 경영진간 불화를 낳기 쉬워 냉담한 평가를 하고 있다.

상업 한일은행은 1대1합병이라고 했지만 ‘합병비율은 실사후 구체결정’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다.

▼서울신탁은행 사례〓우리나라의 첫 은행 합병 사례는 76년 이뤄진 서울은행과 신탁은행간의 합병. 당시 중위권 은행이던 두 은행은 합병을 통해 하루아침에 최대 은행으로 부상했다.

두 은행은 당시 국제화시대에 맞는 대형화와 은행 경영의 효율화를 기치로 내걸었으나 지금에 와서는 합병에 따른 은행 부실화의 대표사례로 꼽힌다. 은행감독원 관계자는 “서울은행 부실화의 가장 큰 원인은 합병후 20년이 지나도록 두 파벌간에 투서가 끊이지 않는 등 조직원간의 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진단했다.

〈이용재기자〉y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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