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銀 퇴출여파]신탁상품 「썰물」…금융붕괴 우려

입력 1998-07-03 19:25수정 2009-09-25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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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버팀목의 하나인 신탁계정이 붕괴조짐을 보이고 있다. 5개 부실은행의 퇴출과정을 지켜본 신탁상품 고객들은 ‘신탁이 이렇게 위험한 것인줄 미처 몰랐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신탁상품 기피현상은 7개 조건부승인 은행과 투신사의 수신잔고가 크게 줄고 있는데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신탁계정이 일시에 무너지면 금리상승과 기업자금난을 초래해 전반적인 구조조정 계획에 중대한 차질이 우려된다.

▼붕괴조짐〓‘원금도 못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증폭하면서 은행신탁계정과 투신사 예금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조건부 승인을 받은 7개 대형은행의 경우 이달들어 신탁계정에서만 하루평균 3백억원을 웃도는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투신사도 지난주말 이후 1조원 이상 수신이 줄어드는 등 유동성관리에 비상이 걸린 상태.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신탁은 △4월 3조8천억원 △5월 2조8천억원 △6월 2조원 감소했으며 이달 들어 이탈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추세다.

만일 5개 퇴출은행의 고객들이 신탁펀드 실사기간중 무더기 중도해지할 경우 그 여파가 다른 금융권으로 확산돼 신탁 붕괴현상이 빨리 찾아올 수도 있다.

▼붕괴충격〓고객이 한꺼번에 환매를 요청하면 당장 은행의 유동성 문제가 심각해진다. 은행에 돈이 부족해지는 것이다.

이때 은행은 신탁이 편입한 보유채권을 헐값에라도 팔아 환매대금을 마련해야 한다. 한꺼번에 채권이 시장에 매물로 쏟아지면 시중금리가 상승하고 대출축소로 대출금리도 치솟게 된다. 신용경색으로 대출창구가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금리상승은 기업의 자금난을 가중시키게 된다.

결국 고금리→자금난심화→기업연쇄도산→금융기관 부실증가의 악순환이 우려된다는 얘기.

유동성 위기에 빠진 은행은 한국은행에 보유중인 환매조건부채권(RP)과 통화안정증권을 내다팔면 당장은 버티겠지만 한편으로는 고객 이탈이 더욱 가속화해 결국 스스로 ‘퇴출’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정부의 재정부담이 가중돼 전체적인 구조조정 구도가 흔들릴 것이라고 은행 관계자는 우려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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