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당선자와 한국노총 박인상(朴仁相)위원장은 26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약 1시간반 동안 간담회를 가졌다. 다음은 국민회의 정동영(鄭東泳)대변인과 한국노총 현기환(玄伎煥)정치국장의 브리핑을 토대로 재구성한 두 사람의 대화 요지.
▼김당선자〓박위원장의 결정(대선전 김대중후보 지지선언)은 노총 사상 가장 획기적이며 국민과 함께 한 결단이었다. 앞으로 국정을 운영하면서 깊은 유대와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
▼박위원장〓국가적으로 가장 어려운 시기에 국가경영을 책임지게 된 데 대해 걱정이 앞선다. 당선자가 먼저 뼈를 깎는 고통으로 솔선수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당선자〓외채가 모두 2천5백억달러에 이르는데 이중 단기외채가 1천2백억달러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협조하는 것만이 살길이다. IMF체제에선 무역보다 투자가 중요하다. 이제 우리자본과 외국자본을 차별하는 시각은 바뀌어야 한다. 우리자본도 외국에 투자하면 그쪽 자본이 된다. 외국자본이 들어오면 결과적으로 국제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다만 외국은 평생고용의 문화가 없는 대신 사회보장이 잘되어 있다. 우리도 사회보장 확충이 절실하다. 고용보험에 대한 정부의 기여금을 대폭 증액하겠다.
▼박위원장〓우리 노동자는 김당선자가 고용안정을 위해 적극 노력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지지했다. 정리해고는 모든 수단을 다 강구한 이후에 불가피한 경우의 최후수단이 돼야 한다. 고용안정은 사회안정과 국민통합, 경제위기 극복의 첩경이다. 인위적 강제적 구조조정에는 많은 부작용이 따른다.
▼김당선자〓경제살리기가 최우선 정책이고 노사정(勞使政)의 협력이 그 전제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문제도 노사정 3자의 협의로 결정하되 국내외 문제를 감안해 해결하려 노력할 것이다. 사용자는 경쟁력을, 노동자는 생산성을 향상하고, 정부는 고용보험 등 사회보장을 뒷받침해야 한다.
▼박위원장〓과거 예로 볼때 협의기구는 유명무실했다.
▼김당선자〓노총과 정부는 정치경제 개혁의 동반자다. 정부가 기업가의 편인 시대는 끝났다. 과거에는 사용자와 정부가 겉으로만 공정했지만 새정부는 노사를 공평하게 대우할 것이다. 핵심은 3자간의 협력이다.
▼박위원장〓재벌중심에서 중소기업중심으로 전환해야 하고 재벌과 관료의 폐해를 개혁적 차원에서 개선해야 한다. 노총도 외국이 안심하고 국내에 투자하도록 IMF에 서한을 보낼 계획이다. IMF와의 면담을 정부가 주선해 달라.
▼김당선자〓나와 손잡고 해나가자. 이제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뽑히지 않았느냐.나와 노총은 동반자다.
〈송인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