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정지 종금사 표정]『돈 못찾아 부도날판』 큰소동

  • 입력 1997년 12월 2일 20시 03분


업무정지 조치된 경남 경일 고려 삼삼 신세계 쌍용 청솔 한솔 항도종금 등 9개 종합금융사는 2일 고객들의 예금인출 요구와 문의전화에 시달렸다. 다른 종금사에도 돈을 찾으려는 고객들이 아침 일찍부터 몰려들어 소동을 빚었다. 영업이 정지된 삼삼종금 등 해당 종금사에는 예금인출을 요구하는 고객과 인출할 수 없다는 종금사 직원간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날 오전 영문을 모른채 삼삼종금에 만기예금을 찾으러 나온 40대 여성은 『돈을 찾아 아파트 중도금을 내야 하는데 내주지 않으니 어떡하느냐』며 발을 굴렀다. 고려종금 서울지점도 「당국의 명령으로 임시 휴업한다」는 공고문을 내걸고 출입구를 대형화분으로 봉쇄. 종금사가 출입을 봉쇄하자 예금주들은 회사 앞에서 집단 항의를 벌이기도 했다. 서울 역삼동 삼삼종금 앞에서 항의하던 한 주부는 『주변에서 종금사가 영업정지되기 전에 미리 돈을 인출하라고 권해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인출하지 않았는데 이럴 수 있느냐』고 하소연했다. 본점이 충북 청주에 있는 청솔종금은 전신인 충북투금 시절에도 경영악화로 업무가 중단돼 일시적으로 신용보증기금의 관리에 놓이기도 했는데 이번에 업무정지를 당하자 직원들은 『최대의 위기』라며 우려. 경남 마산의 경남종금 본사에선 임직원들이 재정경제원의 업무정지명령 공문을 복사해놓고 찾아오는 고객에게 나눠주며 상황을 설명. 인천의 쌍용종금에서는 K실업 이사 임모씨(42)가 『기업이 장사를 못해서 망하는 게 아니라 돈을 갖고도 찾지못해 망할 판』이라며 예금인출이 막힌 데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정상영업중인 22개 종금사 가운데 일부에도 고객들이 몰려들어 『불안하다』면서 예금인출을 요구해 한바탕 소동. 서울 명동과 강남지역의 종금사에서 직원들은 『정부가 향후 3년간 원리금 지급을 약속했다』며 이들을 설득했으나 고객들은 『정부 말을 못믿겠다』는 반응들. 실적이 양호한 것으로 알려진 C종금에도 1백여명의 고객이 예금인출을 요구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 이 회사 직원들은 이날 중도해지를 요구하는 고객에게 자금을 내주랴, 고객문의전화에 응답하랴 얼이 빠진 모습. 일부 우량 종금사엔 예금액이 늘어나기도 했는데 현대종합금융 김재경(金在慶·28)씨는 『다른 종금사 돈이 들어오고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종금사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이강운·금동근·이 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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