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泰守(정태수)한보그룹총회장은 27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보도진과 만나 『대출과정에서 정치권의 외압은 없었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정총회장은 한보의 자금사정이 매우 긴박해진 작년 12월1일부터 이 호텔에 투숙하고 있다가 27일 오후 방을 비웠다.
다음은 이날 정총회장의 발언내용.
―대출과정에 정치권의 도움이 있었다는 의혹이 많다.
『이 정부가 수립되고 나서 기업보고 시설투자를 하라고 했다. 시설투자를 하려면 공장을 지어야 하는데 첫째 요건은 공장부지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마침 우리는 1백여만평을 부지로 매립해 놓은 것이 있었다. 공장을 막 지으려할 때 시설투자를 하라고 했다. 정부방침이 시설투자 장려였다. 당시 한국은행이 8억달러의 외화자금을 은행에 넘겨줬고 은행들은 투자할 사람이 없어 이자만 물고 있었다. 우리가 신청하니까 이자를 받을 수 있게 돼 얼싸 좋다 하고 자기네들이 세일즈했다. 기계를 담보로 시설자금 70%를 주기로 협의한게 있어 (은행이) 그걸 주면 되는데. 나는 수서사건 날 때(91년) 12월에 기공식해 3년에 걸쳐 (당진에) 부지조성을 마쳤다. 그런후 순서대로 진행돼 갔다. 단지 마지막에 공장 다 지어놓으니까 어떤 사람이 그게 탐이 났는지 모르지만 생산수율이 안 맞는다고 돈을 안주는 것이다. 생산수율은 이미 코렉스기계가 (발주)나갈 때 다 전문기관이 검토해 결정한 것이다. (은행이) 좋다고 대출해 줬다』
―부도의 직접적인 원인은….
『산업은행이 마지막 시설자금 3천억원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3천억원을 달라고 요청한 후 석달을 끌었다. 작년 하반기에 「올해는 안되겠고 내년 자금운영계획에 넣어둘테니 내년에 하라」고 해서 그런줄 알았다. 올들어 1,2,3월에 각 1천억원씩 3천억원을 빌려달라고 다시 요청했으나 주지 않았다. 제2금융권에서 어음을 돌리는 바람에 자금이 극도로 쪼들리자 은행들이 합의여신 형식으로 돈(1천2백억원)을 빌려줬다. 이것으로 지난 8일 겨우 교환을 막았다. 3천억원만 더 있었으면 부도가 안났다』
―외부에서 「한보 흔들기」가 있었다고 보나.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구체적으로는 모르겠지만 내가 법정관리를 신청해놨는데 그걸 제삼자가 인수할 때 그 사람이 나타날 것이다』
―한보철강을 포기하나.
『아직 포기할 수 없다. 못한다. 경영권은 자동적으로 내놓는다. 법정관리되면 보전관리인이 선임되니까 법상으로 자연히 그렇게 된다』
―鄭譜根(정보근)회장의 「무소유」 선언은….
『그사람이 선언한 것은 경영권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영권하고 재산권은 별개 문제다. 재산포기는 있을 수 없다. 단 1백만원이라도 자기 재산을 포기할 사람이 어디 있느냐. 재산 찾을 것은 찾아야지. 내가 경영을 하다 부실을 만났으면 두말 안한다. 시설해 나가는 과정에서 부도맞았으니까. 경영부실과 시설부실은 다르다.이건 알아서 써달라. 내가 주식 안내놓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은행의 부채보다 내 재산이 훨씬 많다. 그때 우리 어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돈을 갚을 것이다. 나는 수서사건때도 그렇게 했다. 피해는 절대 안준다. 부채가 자산보다 많으면 몸뚱어리라도 던져주겠다』
―검찰출두는 언제….
『오라고 하면 언제라도 간다. 이같은 해명을 내가 할 것이다』
―정치권과의 유착설에 대해….
『천만의 말씀이다』
―왜 장기자금을 안썼나.
『1년짜리 단기자금을 많이 쓴 것은 (장기자금을) 안줬기 때문이다. 여러분도 은행가서 돈달라고 해봐라, 잘 주나. (은행은 단기자금을 주면서) 공장운영해서 빨리 갚아달라고 했다. 지금이라도 산업은행이 시설자금 3천억원을 준다고 하면 법정관리 안한다. 그것만 주면 시설완공 다 한다』
―무담보 대출설도 있다.
『은행에 가보면 감정의뢰한 것이 있을 것이다. 시설자금이란 것이 후취(後取)담보다. 돈을 줘서 물건 해 가지고 설정하는 것이다. 대지가 다 은행에 들어가 있다』
―한보철강 해체에 대해….
『천만의 말씀. 돈이 없으면 해체되지. 개인 총재산은 나는 평가 못한다. 평가원에서 할 것이다』
〈許承虎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