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부도/인수는 누가]『빚 너무많다』재벌들 냉담

  • 입력 1997년 1월 23일 20시 34분


한보철강은 단일기업으로선 워낙 규모가 커 제삼자 인수를 추진한다 해도 인수가능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경제력 집중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있을뿐 아니라 자칫하면 인수 후 경기상황에 따라서는 인수기업 스스로가 부실에 휘말려 휘청거릴 수 있다. 제철방식이 경쟁력에서 한계를 보이는 전기로인 점도 제약요인이 되고 있다. 한보는 우선 은행빚이 5조원, 매년 원리금 상환부담이 4천억∼6천억원에 달해 웬만한 재벌그룹도 자체 능력으로는 감당이 어렵게 되어 있다. 이때문에제삼자 인수성사를위해서는 정부와 은행권이 사전 정지작업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테면 부채동결이나 구제금융 세금감면 같은 것이다. 이것도 간단치 않다. 정부와 은행권 인수당사기업 등 3자 모두가 특혜시비의 부담을 안고 있다. 해당기업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인수후보로 당장 떠오르는 것이 포항제철과 현대그룹. 포철의 경우 공기업 특성상 경제력 집중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정부가 특단의 혜택을 준다고 해도 특혜시비에 휘말릴 우려가 없는 점때문에 가장 가능성있게 거론된다. 문제는 포철 내부사정. 포철 관계자는 『현재 삼미특수강의 봉강 강관설비 및 북미공장 인수작업을 벌이고 있어 한보를 떠맡을 여력이 없다』고 잘라말하고 있다. 한보를 떠맡다가는 포철마저 부실화할 수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제철사업 진출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현대그룹도 한보철강 인수문제에 대해서는 냉담하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한보의 전기로 방식은 우리의 대안이 아니다』고 잘라말했다. 박슬래브 연주설비와 용융환원설비(코렉스) 등 한보의 당진제철소는 최첨단 설비인 것은 분명하지만 상업생산을 통한 경제성과 조업안정성이 완벽하게 검증되지 않은 것이다. 국내에선 현재 이 설비에 대한 운영노하우를 갖춘 회사가 없다. 이에 따라 철강업계 일각에서는 제삼자인수에 앞서 포철과 같은 경험과 능력을 갖춘 철강사에 위탁경영을 맡기는 방안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포철은 지난 80년대초 張玲子(장영자)사건으로 위기에 몰린 일신제강을 위탁경영, 정상화한 다음 동부제강으로 넘겼으며 80년대 후반 연합철강이 파업의 소용돌이에 빠졌을 때도 위탁경영에 나선 사례가 있다. 그러나 포철과 현대가 끝내 응하지 않을 경우 재벌랭킹 10위이내의 그룹중에서 의외의 인수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許承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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