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에 있는 외규장각 의궤실. 의궤는 2011년 4월 ‘대여’ 형식으로 프랑스에서 돌아왔다. 최근 프랑스 국회가 불법 취득한 문화유산을 반환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의궤도 소유권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2011년 4월 14일, 당시 많은 국민의 시선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집중됐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자 ‘조선 기록문화의 꽃’으로 꼽히는 ‘외규장각 의궤(儀軌)’가 1866년 병인양요로 프랑스에 약탈된 지 145년 만에 고국 땅으로 돌아온 날이었다.
그로부터 15년이 흐른 지금. 이달 15일(현지 시간) 프랑스 국회가 과거 식민지 등에서 불법 취득한 문화유산을 반환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국가 소장 유물은 양도 불가”란 기존 원칙을 깨고, 본국이 요청하면 별도 입법 없이 소유권까지도 돌려준다는 게 골자다. 대상은 1815년부터 1972년 사이에 약탈, 도굴, 암거래 등으로 반출된 유물. 시기적으로는 외규장각 의궤도 해당된다.
최근 서방 국가들에서 과거 식민지 시대에 약탈했던 유물을 반환하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제국주의 과거를 직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며 법 개정 등을 추진하는 나라들이 적지 않다. 소유권은 유지한 채 ‘영구 대여’ 같은 방식으로 돌려주거나, 국빈 방문 등 이벤트가 있을 때 선물하던 기존 관례에서 한발 더 나아가는 모양새다.
독일은 지난달 기존 ‘식민지 시기 취득품 반환에 관한 가이드라인’에 “무조건적 반환, 대가 요구 없음” 등의 항목을 추가했다. 아울러 ‘식민지 문화유산 및 인골 반환 조정위원회’ 설립도 공식화했다. 네덜란드 정부 역시 최근 국립박물관과 문화유산청(RCE)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기관들이 소장한 식민지 유물의 출처와 취득 경로를 조사하도록 지원에 나섰다.
가시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프랑스는 코트디부아르에서 약탈한 ‘지지 아요퀘’를 110년 만에 되돌려줬다. 지지 아요퀘는 현지 에브리에 부족이 신성한 상징물로 여기는 대형 나무 북. 네덜란드도 19세기 베닌 왕국(현 나이지리아 영토)에서 불법 반출된 ‘베닌 브론즈’ 119점을 지난해 일괄 반환했다. 모두 소유권까지 돌려준 경우다.
이에 세계 29개국에 흩어져 있는 우리나라 문화유산의 환수도 탄력을 얻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국외에 있는 우리 문화유산은 25만6000여 점에 이른다. 일본 도쿄국립박물관과 영국박물관, 프랑스 국립기메동양박물관 등 801개 기관이 소장하고 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국제사회의 자성적 분위기 조성이 (반환)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서방 국가들이 반환 조건으로 내건 ‘불법·강제 반출’ 여부를 증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로 반출된 우리 문화유산은 상당수가 일제강점기나 6·25전쟁 때 나갔을 가능성이 높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반출 시점이 주로 국가 혼란기여서 과거 기록 등을 통해 불법성을 확증하기엔 현실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주목도 높은 핵심 문화유산은 더 쉽지 않다. 이집트는 지속적인 요구에도 이른바 ‘3대 약탈품’으로 불리는 로제타석과 덴데라 황도대, 네페르티티 흉상을 여전히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한 세계유산 전문가는 “법이 마련돼도 관광객 유치 등 여러 문제가 얽혀 있어 ‘B급 유물’ 위주로 돌려줄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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