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성격 ‘톱3’에 드는 이 사람…어떻게 대해야 할까?[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18일 14시 00분


마음(心)속 깊은(深)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살면서 ‘도대체 이건 왜 이러지?’ ‘왜 마음이 마음대로 안 될까?’ 하고 생겨난 궁금증들을 메일(best@donga.com)로 알려주세요.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
세상이 자기 중심으로 돌아가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거나 특별 대우를 받지 못하면 주변 사람들을 교묘하게 괴롭히고 피곤하게 만드는 이들은 나르시시스트다. 게티이미지
세상이 자기 중심으로 돌아가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거나 특별 대우를 받지 못하면 주변 사람들을 교묘하게 괴롭히고 피곤하게 만드는 이들은 나르시시스트다. 게티이미지

20대 직장인 이주아(가명) 씨는 처음엔 입사 동기 A가 좋았다. 먼저 다가오는 A의 성격 덕에 급속도로 친해졌다. 그런데 어느 순간 싸한 느낌이 들었다. A는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는 신나서 하다가도 주제가 이 씨 이야기로 바뀌면 관심이 뚝 떨어졌다. 회사에서 이 씨가 상사에게 칭찬을 받으면 A는 질투하며 심술을 부렸다. 심지어 이 씨가 낸 업무 아이디어를 자기 생각인 것처럼 회사 안에서 말하고 다녔다. 이 씨가 싫은 티를 내자 A는 다른 동료들에게 자신이 피해자인 것처럼 행세했다. 이 씨는 다른 입사 동기에게 억울함을 호소해 봤다. 하지만 “A 성격 좋은 것 같던데 왜?”라는 반응이 돌아와 놀라울 뿐이었다.

매력적으로 다가와서는 자기 위주의 관계를 형성한다. 그 관계에서 자신이 돋보이지 못하면 질투에 불타올라 상대를 깎아내린다. 어느새 주변 사람들까지 포섭해 상대를 자기 멋대로 통제하려 든다. 우리 주변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나르시시스트의 모습이다. 지극히 자기중심적이고 다른 사람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는 나르시시스트에게 영문 모르고 당하기 쉽다.

나르시시즘은 사이코패스, 마키아벨리즘(남을 착취하는 성향)과 함께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 ‘어두운 성격의 3요소(dark triad)’로 꼽힌다. 나르시시스트라고 해서 전부 ‘왕자병’ ‘공주병’ 성향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모습으로 교묘하게 괴롭히는 경우가 더 많다. 이들은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알아보자.

● 나르시시스트는 모두 성격 장애?

자기애성 성격 특성은 ‘있다’ ‘없다’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는 게 아니다. 자기애가 매우 부족한 수준부터 병적인 정도까지 나타나는 스펙트럼상에서 이해해야 한다.

병적 수준의 나르시시스트는 자기애성 성격 장애에 속한다.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5)에 따르면 진단 기준은 △근거 없는 자만심(오만불손) △특권층과만 어울려야 한다는 착각 △무한한 권력, 성공, 지능, 외모에 대한 환상 △무조건적 존경심 요구 △특권 의식 △타인 착취 △공감 능력 결여 등이다. 학계 일부에서는 악성 나르시시스트는 사이코패스와 같다고 보기도 한다. 자기애성 성격 장애는 일반 인구의 1% 수준으로 나타난다.

근거 없는 자만심과 타인을 무시하는 정도가 지나치면 높은 수준의 자기애성 성격 특성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게티이미지
근거 없는 자만심과 타인을 무시하는 정도가 지나치면 높은 수준의 자기애성 성격 특성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게티이미지

병적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자기애 양상을 다양하게 드러내며 사람을 교묘하게 괴롭히는 나르시시스트가 더 많다. 이는 여러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과대형 나르시시스트(외현적·外現的 나르시시스트)가 가장 전형적이다. 거만하고 특별 대우를 바라며, 권력 지향적이고 외적 아름다움에 집착한다. 트로피처럼 자신을 빛나게 해주는 그럴듯한 배우자, 연인, 자녀를 원한다. 리더십이 있는 것처럼 보여 기업 임원 등에 많다.

취약한 나르시시스트(내현적·內現的 나르시시스트)는 내향적이고 소심해서 눈치채기 어렵다. 이들은 늘 불안하고 과민하며 고집 세다. 주목받기는 싫어하지만 특별 대우를 바라는 건 똑같다. 소극적 성격 탓에 현실에서 눈에 띄게 성공하지는 못하는데, 이때 남 탓을 하며 짜증을 부린다. 은밀하게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 중에 많다.

봉사와 헌신을 통해 자기를 드러내려는 공동체적 나르시시스트(관계적 나르시시스트) 유형도 있다. 이들은 사회나 조직에 이바지하는 게 진짜 목적이 아니라, 헌신하는 자신의 멋진 모습을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란다.

◆과시형 나르시시스트의 속마음
·여러 사람에게 주목받는 것을 좋아한다.
·권력 의지가 강하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몸매(체격)를 과시하기 좋아한다.
·다른 사람보다 더 유능하다고 느낀다.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타고난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을 설득해 뭐든지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료: 자기애성 성격 검사·NPI

◆취약한 나르시시스트의 속마음
·겁이 많고 소심하다.
·다른 사람 눈치를 많이 살핀다.
·비판받을 때 쉽게 굴욕감을 느낀다.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하고 잘 대해 주길 바란다.
·사람들이 왜 내 장점을 더 알아주지 않는지 의문이다.
·기회만 된다면 죄책감 없이 다른 사람들을 이용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이 자기 문제로 내 시간을 요구하거나 공감해 주길 바라면 괴롭고 귀찮다.

자료: 내현적 자기애 척도·CNS
● 나르시시스트로 태어나는 게 아니라, 길러진다

나르시시스트는 양육 환경에 의해 생겨나는 경우가 많다. 부모의 전폭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는 유아기에는 ‘내가 세상의 중심’이라 느끼며 살아간다. 대부분 성장하면서 겪는 크고 작은 실패와 좌절을 통해 ‘나는 공주(왕자)가 아니라 보통 존재’라는 것을 저절로 경험한다.

부모의 과잉보호 등으로 인해 성숙에 필요한 좌절 경험을 못 하고 성장하면 성인이 돼도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생각에 머물러 있다. 혹은 정반대로, 어렸을 때 감당할 수 없는 좌절을 겪으면 비참한 현실을 외면하기 위해 완벽한 모습으로 칭송받는 자신을 상상하며 자기애를 키울 수도 있다.

성장기에 특수한 환경에 놓이면 과도한 자기상(像)에 관한 환상이 고착돼 성격으로 굳어질 수 있다. 게티이미지
성장기에 특수한 환경에 놓이면 과도한 자기상(像)에 관한 환상이 고착돼 성격으로 굳어질 수 있다. 게티이미지

극단적으로는 어린 시절 부모의 학대나 부재 등도 영향을 미친다. 나쁜 양육의 결과로 다시는 누구에게 의존하기 싫은 마음이 무의식적으로 싹튼다. 그러기 위해서 자신이 모든 걸 완벽하게 갖춘 인간이라고 점점 믿게 된다.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불안에 떠는 하찮은 존재라는 느낌을 더 이상 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동시에 주변 사람들은 무능하고 모자란 존재라고 평가절하하며 자기를 더 돋보이는 존재로 인식한다.

어린 시절 특출난 재능을 보이거나, 탄생 자체가 가족 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아이도 나르시시스트가 되기 쉽다. 어렸을 때부터 특별 대우를 받으며 자란 아이는 주변 칭찬에 굉장히 민감해진다. 그런데 칭찬받지 못할 때 생기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부모가 좋아하는 이상적인 자기 모습을 상상하며 과장된 자기상(像)을 키워 나간다. 이런 상상이 고착하면 과도한 자기애가 생길 수 있다.

나르시시스트 부모를 둔 자녀도 자기애성 성격으로 자라기 쉽다. 이렇게 자란 사람은 ‘너는 완벽하다’며 오냐오냐해서 자녀를 길러 나르시시스트로 키우기도 한다. 학교 교사에게 자녀를 특별 대우하라고 요구하며 “왕의 DNA를 가진 아이”라고 주장한 학부모 사례도 이런 선상에서 이해해 볼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자녀를 마치 자신을 빛나게 해줄 트로피 같은 도구로 여겨서 ‘성공해야만 내 자식’이라는 자세로 상처를 주는 나르시시스트 부모도 있다. 이들은 자녀가 성공해야만 사랑을 주고 실패하면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 사소한 일에도 “무시 당했다”며 바르르

나르시시스트의 깊은 내면 세계는 사실 빈약할 뿐 아니라 열등감으로 차 있다. 누가 자신을 무시하는지 항상 날이 서 있다. 무시당했다고 생각하면 복수에도 능하다. 자기애와 분노, 공격성과 관련한 연구 437건을 분석해 보니 성별이나 국적, 나이와 관계없이 나르시시즘 성향이 강한 사람은 신체적, 언어적 폭력 성향이 두드러진 것은 물론이고 사이버 공간에서도 공격성을 보였다.

특히 취약한 나르시시스트 유형은 자기를 조금이라도 무시했다는 생각이 들면 복수의 화신이 된다. 게티이미지
특히 취약한 나르시시스트 유형은 자기를 조금이라도 무시했다는 생각이 들면 복수의 화신이 된다. 게티이미지

특히 취약한 나르시시스트는 복수의 화신이다. 즐라탄 크리잔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 208명에 대해 나르시시즘 검사를 한 뒤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들을 과대형 또는 취약한 나르시시스트 유형으로 나눴다.

이어서 참가자들에게 미각 관련 실험이라고 속인 다음 평소에 어떤 맛을 좋아하는지 조사했다. 이후 역한 맛의 야채즙 또는 일반 차(茶) 중 하나를 무작위로 주면서 “당신과 짝꿍인 참가자가 당신 취향을 고려해 선택한 음료”라고 설명했다. 야채즙은 상대방의 사소한 행동도 자기를 무시했다고 왜곡해서 받아들이는 나르시시스트를 도발하기 위한 장치였다. 야채즙을 받은 나르시시스트들은 ‘(짝꿍에게) 분명히 좋아하는 맛을 알려줬는데도 짝꿍이 (나를) 무시해서 이상한 음료를 줬다’고 여길 가능성이 컸다. 예측은 맞아 떨어졌다.

이어진 실험에서는 반대로 짝꿍에게 줄 음식 소스로 보통 맛과 엄청 매운맛 중에 선택할 기회를 참가자에게 줬다. 참가자 대다수가 보통 맛 소스를 주겠다고 했지만, 야채즙을 마신 취약한 나르시시스트 유형 참가자 대다수는 엄청 매운맛을 선택했다. 심지어 이들은 짝꿍이 아니라 제삼자에게 줄 소스를 선택하라고 했을 때도 엄청 매운맛으로 결정했다. 사소한 한 번의 ‘도발’로 인해 여러 사람에게 공격성이 뻗친 것이다. 작은 도발에도 바르르 떨며 주변 사람들을 괴롭힐 준비가 되어 있는 나르시시스트 특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팀보단 내가 우선…팀워크 방해물

조직에 속한 나르시시스트는 혼자 주목받는 걸 원하기 때문에 팀워크에 해롭다. 나서는 걸 좋아해 초반에는 리더감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팀의 성과보다는 자기가 돋보여야 하는 욕심이 앞선다.

연구에 따르면, 나르시시즘 점수가 높은 선수들이 많은 미국프로농구(NBA) 팀은 어시스트 횟수가 적고, 팀 성적도 좋지 않았다. 기사 내용과 직접 관계 없는 사진. AP

에밀리 그리할바 미 버팔로대 경영대학원 교수를 비롯한 공동 연구팀은 스포츠 경기에서 나르시시스트 선수의 활약이 팀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알아봤다. 2013~2014년 미국 프로농구(NBA) 2460경기를 분석했다. 당시 선수 391명이 각자 트위터(현 X) 계정에 올린 사진, 글 4731건을 분석해 자기애 점수를 매겼다. 예를 들어 “거울을 보면서 무슨 생각하냐고? 위대함(What do you think when you look in the mirror? Greatness)” 같은 글을 쓰거나, 자신의 근육질을 과시하는 노출 사진을 올린 선수에게 자기애 점수를 높게 줬다. 그리고 이들의 경기당 어시스트 수와 승패를 살펴봤다. 어려워서 확률이 낮은 슛을 넣어 성공을 혼자 만끽할 것인지, 동료에게 패스해 팀 전체의 득점 기회를 높일 것인지 보기 위해서다.

그 결과 자기애 점수가 높은 선수는 어시스트 수가 상대적으로 적었고 팀 성적도 저조했다. 평균 자기애 점수가 높은 팀일수록 전체 어시스트 수가 적었고 팀 성적도 안 좋았다. 자기가 돋보이는 게 중요한 나르시시스트가 많을수록 팀 성과가 저조했다.

이런 팀은 함께 뛴 경기 경험이 쌓여도 선수들이 서로 협력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경기에서 합을 맞춘 시간이 늘어날수록 경기력은 늘어나기 마련인데, 자기애 점수가 높은 선수들이 많은 팀은 시즌 막바지로 가도 팀워크가 개선되지 못했다. 반면 자기애 평균 점수가 낮은 팀들은 상대적으로 서너 경기 더 이긴 것으로 나타났다.

● ‘손절’만이 답? 이들과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일명 ‘회색 돌’ 기법이란 것이 있다. 20년 이상 자기애 관련 연구를 한 키스 캠벨 미 조지아대 심리학과 교수는 회색 돌 기법에 대해 “특별한 방법은 없고, 그저 당신 일을 하면 된다”고 설명한다. 나르시시스트는 만만한 대상으로 하여금 화, 슬픔, 죄책감, 미안함 같은 감정적 동요를 일으키게 해 자기 마음대로 쥐락펴락하려고 한다. 이에 말려들지 않으려면 최대한 감정 동요를 보이지 않아야 한다. 반응도 없이 튀지 않으면서 배경에 스며드는 회색 돌처럼 말이다. 필요한 말만 하고 거리를 두다 보면 가지고 놀기에 재미없는 사람이라 느껴 나르시시스트가 알아서 떠나간다.

가까운 사이의 나르시시스트에게 고통 받고 있다면, 이 사람이 자신의 문제를 알고 고쳐나가려는 의지가 있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게티이미지
가까운 사이의 나르시시스트에게 고통 받고 있다면, 이 사람이 자신의 문제를 알고 고쳐나가려는 의지가 있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게티이미지

하지만 한집에 사는 사이라면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때 필요한 건 나르시시스트가 자신의 감정을 자극하는 말을 할 때 ‘이건 내 문제가 아니라 저 사람 문제’라는 관점을 갖는 것이다. 나르시시스트 전문 유튜브 채널 ‘토킹닥터스’를 운영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원은수 원장은 “상대가 나를 공격하며 흔들어대도 그 말에 곧이곧대로 상처받을 필요가 없다”며 “저 사람이 나를 협박해서 통제하고 싶어 하거나 화풀이하고 싶어 한다는 것같이 상대에게 원인이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나르시시스트마다 자기애 특성이 드러나는 방식과 수준이 천차만별이므로 ‘손절’ 내지는 무작정 사랑으로 포용하기 같은 절대적 대응 방법이 없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원 원장은 “심각하게 폭력적이고 반(反)사회성을 드러내는 이들이 있는 반면, 본인이 먼저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경우도 있다”며 “중요한 점은 스스로 인지해서 바뀌려고 노력하느냐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주변 사람들과의 대인관계 문제가 자꾸 불거지고, 나 때문에 상처받았다는 말을 누군가 한 적이 있다면 혹시 내가 나르시시스트는 아닌지 돌아볼 필요도 있다.

#이상한 성격#어두운 성격#나르시시스트#나르시시즘#성격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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