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문화

“한국사회 퍼진 팬덤 정치, 화약 안은 연애처럼 위험…열광하다 배반당할 수도”

입력 2021-11-17 03:00업데이트 2021-11-17 11:25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김영민 서울대 교수 정치칼럼 엮어
에세이 ‘인간으로 사는 일은…’ 펴내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정치는 서울에도 지방에도 국내에도 국외에도 거리에도 집 안에도 당신의 가느다란 모세혈관에도 있다”며 정치는 인간에게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김영민 교수 제공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에게 ‘정치’는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주제다. 학생들에게 정치학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도, 민주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으로도 그렇다. 2018년 9월 명절 때 만나는 친척들의 오지랖에 대처하는 방법을 담은 칼럼 ‘추석이란 무엇인가 되물어라’로 유명 칼럼니스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그가 정치에 대한 생각을 담은 에세이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어크로스)를 10일 냈다.

12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정치인이 자신을 홍보하려고 쓴 책, 특정 정치적 견해가 강하게 드러난 책, 정치학 이론을 딱딱하게 담은 책은 많다”며 “하지만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묻는 책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했다. 신간은 그가 2019∼2021년 일간지들에 연재한 정치 관련 칼럼에 별도로 쓴 글들을 더했다.

“한국 사회엔 특정 정당에 대한 극단적인 열광이나 정치에 대한 회의가 팽배해요. 하지만 열광과 회의 사이의 거대한 공백은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죠. 그 공백을 채우고 싶었습니다.”

이날 그는 정치에 대한 생각을 ‘사랑’에 비유해 풀었다. 그는 “최근 한국 사회엔 팬덤 정치 문화가 퍼지고 있다”며 “팬덤으로 정치가 얼룩지는 건 화약을 가슴에 안고 연애하는 것처럼 위험한 일”이라고 했다. 그는 “연예인에게 열광하듯 정치인에게 흠뻑 빠졌다간 결국 정치에 배반당하게 돼 있다”며 “정치인 역시 먼저 팬덤을 형성해 인기를 얻으려는 유혹에 빠지지 않아야 올바른 정치 문화가 자리 잡는다”고 했다.

그는 그럼에도 사람들이 더불어 사는 세상엔 정치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랑에 빠져 부부가 된 이들이 매일 서로의 기분을 살피고 의사를 조율하는 것처럼 사회에 속한 인간에게 정치는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 “사람이 홀로 사는 ‘단수’가 아니라 함께 사는 ‘복수’가 되는 순간부터 정치는 피할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이에도 정치가 필요한데 모르는 사람들과 사는 세상에 정치가 필요 없을 수 있겠어요? 징글징글하다면서 성급한 정치 혐오에 빠져선 안 돼요.”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각종 네거티브와 의혹으로 가득하다. 어떻게 이런 정치를 혐오하지 않을 수 있냐고, 한국 정치가 발전할 수 있냐고 묻자 그는 마지막도 사랑에 대한 비유로 답했다.

“사람들이 사랑을 하는 건 그냥 좋아서입니다. 좋아하다 보면 즐기고 관심을 쏟고 관계가 발전하죠. 정치를 좋아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활발한 논의가 일어나고 한국 정치가 나아지지 않을까요. 물론 정치인들의 비리, 사적 이익 추구가 사라져야 시민들이 반응하겠죠.”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문화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