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넘어 ‘역사’까지 알고 싶다… ‘케이팝 다큐’ 업그레이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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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상황 다룬 ‘케이팝 에볼루션’
조회 210만 돌파… 시즌2 가능성도
기생충-미나리 신드롬까지 가세
韓문화 전체 관심… 한류 새단계로

지난해 나온 방탄소년단 관련 다큐멘터리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 다큐 시리즈’의 한 장면. 2018년과 2019년 순회공연 여정을 다룬 다큐멘터리로 극장, 위버스, TV 등에서 상영되며 화제를 모았다. 하이브 제공
지난해 나온 방탄소년단 관련 다큐멘터리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 다큐 시리즈’의 한 장면. 2018년과 2019년 순회공연 여정을 다룬 다큐멘터리로 극장, 위버스, TV 등에서 상영되며 화제를 모았다. 하이브 제공
이제 ‘케이팝 역사가 궁금하다’는 단계까지 왔다. 개별 한국 그룹에 대한 조명을 넘어 케이팝 전반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해외 팬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캐나다의 다큐멘터리 제작사 ‘뱅어 필름’이 3월 말 유튜브 오리지널(독점 콘텐츠)로 공개한 시리즈 ‘케이팝 에볼루션’은 조회 수 210만 회(1편 기준)를 넘겼다. 유료 서비스인 유튜브 프리미엄 사용자에게는 이번 시즌 7편 전체를 한 번에 공개했고 유튜브 무료 회원들에게는 매주 수요일 저녁 한 편씩 순차적으로 선보이고 있다.(10일 현재 6편까지 방영)

제작 회사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뱅어 필름’은 토론토에 본사를 뒀다. 헤비메탈 역사를 다뤄 큰 인기를 얻은 ‘메탈: 어 헤드뱅어스 저니’(2005년)가 첫 작품. 넷플릭스로도 공개돼 찬사를 받은 미국 힙합 다큐 ‘힙합 에볼루션’(2016년)도 이곳 솜씨다. 뼈대 있는 음악 다큐멘터리 전문 제작사가 미국 힙합 다음 주제를 케이팝으로 잡은 것이다.

‘케이팝 에볼루션’은 한국 음악의 세계적 인기나 가수의 매력 같은 밝은 면만 다루지 않았다. ‘아이돌의 인생: 연습생’(5편), ‘케이팝 뮤직비디오 제작기’(7편)에는 멤버들의 팍팍한 합숙 생활, 뮤직비디오 영상 보정 등 특수한 한국적 상황을 다룬 뒷이야기가 등장한다. 강다니엘, 강타, 보아, 산다라박, 태민 등 아이돌 가수부터 음악 프로듀서, 평론가까지 다양한 인터뷰도 실었다.

한국 측 공동제작사 ‘보더리스필름’의 박세진 프로듀서는 “팬덤, 기획사 등의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중립성을 지키려 노력했다. 해외 제작사가 맡았기에 편견 없이 보여주는 데 수월한 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2019년 6월부터 약 1년 반 동안 제작된 케이팝 에볼루션은 시즌2가 제작될 가능성도 있다.

유튜브 오리지널 시리즈 ‘케이팝 에볼루션’에 등장한 가수 강다니엘(왼쪽 사진)과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유튜브 화면 캡처
유튜브 오리지널 시리즈 ‘케이팝 에볼루션’에 등장한 가수 강다니엘(왼쪽 사진)과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유튜브 화면 캡처
올 초 SBS TV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를 만든 한국 제작사 ‘일일공일팔’도 4월 ‘슬기로운 음악대백과’를 필두로 여러 시리즈를 유튜브 등의 플랫폼에 선보일 계획이다. 케이팝과 한류를 다룬 새 다큐멘터리 시리즈도 속속 기획 단계에 들어갔다. 음악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방송사, 유력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각각 새로운 다큐멘터리를 현재 준비 중이다.

개별 그룹에 대한 다큐멘터리 형태의 영상은 꾸준히 제작돼 왔다. 방탄소년단의 경우 콘서트와 무대 뒷이야기를 다룬 ‘번 더 스테이지’(2018년), ‘브링 더 소울’(2019년)에 이어 지난해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까지 극장, 팬 플랫폼 ‘위버스’, TV 등에서 상영되며 인기를 모았다.

이 같은 국내외의 케이팝 다큐 제작 물결이 한류의 새 단계를 방증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자신이 꽂힌 한두 가지 콘텐츠나 응원하는 몇몇 가수에 국한해 열광하던 마니아 지향 서브컬처였던 한류가 라틴팝이나 샹송처럼 일반화하면서 한국 문화 전체에 호기심을 갖는 이들도 자연스레 늘었기 때문이다. 2년 연속 아카데미 시상식을 흔든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 신드롬까지 가세하면서 한국 문화는 다큐멘터리로 다룰 좋은 소재가 됐다.

한국 음악가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DFSB 콜렉티브의 버니 조 대표는 “한국의 음악, 영화, 드라마, 패션이 동시다발적으로 조명을 받으며 ‘한국 문화가 대체 뭐기에?’ 하는 외국인들이 폭증한 셈”이라면서 “그간 한국 매체에서도 한류 역사를 다룬 기획이 적었다. 한류의 미래를 위해 과거를 정리하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케이팝다큐#역사#업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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