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파이 vs 카카오… 고래싸움에 등터진 케이팝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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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음원 공급계약 타결 안돼…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
1일부터 카카오 유통 음원 모두 빼, 국내 가수-음반 제작사들 타격
일부 직접 공급계약… 서비스 재개, 양측 모두 “빠른시일내 타결 노력”

스포티파이(위쪽 사진)와 멜론(아래에서 왼쪽 사진)의 서비스 화면, 그리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M컴퍼니에서 음원을 유통하는 대표적 가수인 아이유. 한 글로벌 음반사 관계자는 “수년 전 미국에서 음원 플랫폼에 반기를 든 테일러 스위프트 같은 역할을 할 만한 한국 가수는 아이유뿐인데, 아이유가 카카오엔터와 함께 성장했다는 것이 풀기 힘든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스포티파이·이담엔터테인먼트 제공, 스마트폰 화면 캡처
스포티파이(위쪽 사진)와 멜론(아래에서 왼쪽 사진)의 서비스 화면, 그리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M컴퍼니에서 음원을 유통하는 대표적 가수인 아이유. 한 글로벌 음반사 관계자는 “수년 전 미국에서 음원 플랫폼에 반기를 든 테일러 스위프트 같은 역할을 할 만한 한국 가수는 아이유뿐인데, 아이유가 카카오엔터와 함께 성장했다는 것이 풀기 힘든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스포티파이·이담엔터테인먼트 제공, 스마트폰 화면 캡처
“스포티파이를 실행시킬 때마다 소망해보지만 역시나 (나의 아이돌이) 없다.”(트위터 사용자 S***)

3·1절을 모를 해외 케이팝 팬들에게 올해 3월 1일은 특별한 날이었다. 그들은 지금 만세 운동 대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해시태그 운동을 벌이고 있다. ‘#SpotifyKakaoM’이 전 세계에 나부낀다. 그들의 주장은 하나다. ‘스포티파이에 케이팝을 돌려달라!’

약 3억4500만 명이 이용하는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이달 1일자로 한국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M컴퍼니(이전 카카오엠)에서 유통하는 음원들이 일제히 빠졌다. 앞서 스포티파이는 지난달 개시한 한국판에서 아이유, 세븐틴 등 카카오엔터 음원을 서비스하지 못했다. 당시 해외판에서는 이들을 모두 들을 수 있었는데, 3·1절을 기해 아예 전 세계 서비스에서 이들 음악이 모두 빠진 것이다. 공룡 대 공룡의 격돌 양상이다. 하루아침에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에서 자기 음원이 빠진 국내 가수와 음반 제작사들은 허탈해하고 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격’이라는 푸념 소리가 높다.

카카오엔터가 유통을 맡은 음원들은 케이팝 시장에서 지분이 적잖다. 음원 강자 아이유를 비롯해 지코, 여자친구, 러블리즈, 마마무, 잔나비 등 국내외에서 큰 팬덤을 가진 이들이 포진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의 중심에 카카오가 운영하는 국내 1위 음원 사업자 ‘멜론’이 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2016년 애플뮤직의 한국 상륙 당시에도 음원 공급계약을 맺지 않았다. 케이팝 대표주자들이 빠진 애플뮤직은 이후 한국 시장에서 고전했다. 국내 시장에서 수위를 지키기 위한 멜론의 ‘텃세’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카카오엔터의 모기업이자 멜론을 운영하는 카카오의 입김이 애플뮤직에 이어 스포티파이에도 작용했으리라는 관측이 크다.

음원 시장을 잘 아는 한 유통사 관계자는 “유통사인 카카오엔터 입장에서는 최대 플랫폼 스포티파이를 통해 자사 보유 음원을 널리 유통시키는 것이 당연히 매출을 높이는 길이지만 모기업인 카카오의 ‘멜론 수호’ 전략 앞에 진퇴양난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음반제작사 관계자는 “스포티파이는 전 세계 시장에 동일한 음원 카탈로그를 서비스한다는 원칙이 있다. 협상이 난항을 겪자 2월 28일 만료된 카카오엔터와의 글로벌 음원 공급 계약을 연장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케이팝 순풍을 타고 스포티파이를 통해 적잖은 수익을 거두던 가수들은 중간에서 몸이 달았다. 에픽하이의 타블로는 1일 SNS를 통해 “누구의 책임인지를 떠나 기업들이 예술보다 욕심을 우선할 때, 고통 받는 것은 왜 아티스트와 팬인가”라고 꼬집었다.

카카오엔터에 유통을 맡긴 음원 제작사 중 일부는 불만 토로를 넘어 자체적인 우회로 확보에 나서는 모양새다. 해외 유통 대행사를 통해 스포티파이에 한해서만 공급 계약을 따로 맺는 형태다. 일례로 에픽하이의 신작 ‘Epik High Is Here 上’은 3·1절에는 빠졌던 스포티파이에서 최근 서비스가 재개됐다.

케이팝 팬, 가수, 제작사의 압력에 카카오엔터도, 스포티파이도 곤혹스러운 눈치다. 스포티파이 관계자는 “(카카오엔터 음원 제공을 위해) 1년 반이 넘는 기간 동안 전방위로 노력했다”면서 “많은 아티스트 그리고 전 세계의 팬 및 청취자에게도 안타까운 현상임을 통감하며 현 상황이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되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카카오엔터의 한 관계자는 “양측이 막판까지 협의에 나섰지만 불가피하게 계약 만료 시점이 도래한 것이 사실”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합의를 이루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스포티파이#카카오#케이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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