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사회주의자’ 버나드 쇼의 자본주의 비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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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인 여성을 위한 사회주의 자본주의 안내서/조지 버나드 쇼 지음·오세원 옮김/812쪽·2만8800원·서커스

극작가 겸 비평가 조지 버나드 쇼(1856∼1950)가 사회주의자였다는 사실은 그가 작곡가 푸치니에 열광했다는 사실만큼이나 생소할지 모른다. 그가 1884년 설립을 주도한 페이비언 협회는 영국 노동당 창당의 계기를 만들었고 지금도 이 당의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책 제목은 얼마간 젠더 불평등하게 보인다. 한 세기 전(1928년) 나온 책인 데다가 ‘사회주의에 대해 말해 달라’는 처제의 요청이 집필 동기였으니 이해할 수 있다. 요청에 대한 답은 86개 장(章)에 부록을 곁들인 ‘벽돌 책’이 되었다.

당대 사회에 대한 버나드 쇼의 인식은 고전적일 정도로 사회주의적이다. 책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몇 명의 게으른 사람들을 아주 부유하게 만들고, 대다수의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아주 빈곤한 처지에 빠지게’ 한다. 저자의 해결책은 공평한 분배, 주요 기업 및 은행들의 국영화다.

소련 모델의 폭력혁명은 찬성하지 않는다. 페이비언 협회의 원칙도 ‘민주적, 점진적, 평화적’ 개혁이었다. 저자에게 있어서 마르크스는 사회주의에 감성적인 힘을 제공했지만 ‘그는 예언자였고, 예언자란 사업운영 기술에 대해서는 무능한 조언자들’이었다. 저자가 말하는 국영화도 몰수가 아니라 보상을 통한 것이었다.

한 세기가 흘렀고 자본주의는 상당한 변화를 겪었다. 사회민주주의는 곳곳에서 여전히 힘을 발휘한다. 현실 공산주의는 몰락했고 우스꽝스러운 그림자만 남았다. 창의를 끌어내기 위해 인센티브가 필요 없다는 저자의 생각은 낡은 것으로 판명됐다. 책 후반부에서 그는 소련 방문 경험을 토대로 그 사회의 성과를 찬미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민중’들은 가짜였음이 훗날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호가 날카로운 어조로 지적한 사회적 모순들은 많은 부분 오늘날의 세계와도 부합한다. 평범한 사람들의 100년 전과 다름없는 좌절감은 월가 점령 시위와 버니 샌더스 열풍을, 그 ‘뒤집힌 상(像)’인 트럼프 현상을 낳았다. 완전 평등한 사회를 향한 계획들이 많은 부분 몽상이었듯, 현재의 자본주의가 완전하며 수정이 필요 없다면 그 또한 몽상일 것이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버나드 쇼#자본주의#비판#사회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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