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Japan’ 사그라들자… 일본책 출간 기지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수개월간 출고 미루던 소설 내놓고 팬층 두꺼운 히가시노 게이고 外
日신인작가 책 번역출간도 잇따라

올해 5월과 9월 각각 출간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숙명’(소미미디어)과 미야베 미유키의 ‘눈물점’(북스피어). 무라카미 하루키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민음사). 각 출판사 제공
올해 5월과 9월 각각 출간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숙명’(소미미디어)과 미야베 미유키의 ‘눈물점’(북스피어). 무라카미 하루키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민음사). 각 출판사 제공
지난해 7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맞대응으로 벌어진 ‘노 저팬(No Japan)’ 운동 영향으로 뜸하던 일본 서적 출간에 물꼬가 트이는 분위기다. 지난해 나왔어야 하지만 한일 외교관계 악화로 수개월 이상 출고를 미루던 소설들이 풀리고 있다.

민음사는 지난달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1925∼1970)의 소설 ‘봄눈’을 국내 처음으로 출간했다. 미시마는 소설 ‘금각사’(1957년)로 세계 문단의 인정을 받으며 노벨 문학상 후보로 수차례 거론됐지만 천황 통치를 주장하는 등 극우 성향으로 국내 출간된 책은 많지 않다. 그는 1970년 11월 육상자위대 주둔지에 잠입해 건물 옥상에서 자위대의 궐기를 촉구하는 연설을 한 뒤 할복자살해 충격을 줬다.

민음사 관계자는 “봄눈은 번역이 까다로워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도 있지만 일본산 불매운동까지 겹쳐 2017년 계약 이후 3년 만에 출간했다”며 “작가 성향 때문에 판매를 우려했지만 독자 반응은 나쁘지 않다. 불매운동 1년이 지나면서 ‘문학은 문학일 뿐’이라고 인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팬 층이 두꺼워 올해도 작품이 꾸준히 나온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 이외에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일본 작가의 소설이 독자를 만나는 기회도 차츰 늘고 있다. 올 8월만 해도 ‘수의 여왕’(가와조에 아이 지음·청미래) ‘그녀들의 범죄’(요코제키 다이 지음·샘터) ‘멸망의 정원’(쓰네카와 고타로 지음·고요한숨) ‘팅커벨 죽이기’(고바야시 야스미 지음·검은숲) ‘이별의 수법’(와카타케 나나미 지음·내 친구의 서재) 등이 잇달아 출간됐다.

교보문고 입고도서 기준 매월 신간 일본 소설은 지난해 1월 121권에서 꾸준히 줄어 올 3월에는 61권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6월에는 86권으로 소폭 오르는 등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본 소설의 국내 ‘진입장벽’은 여전히 높다고 출판계는 분석한다. 2004년부터 일본 추리소설을 내고 있는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 북스피어는 올 7월과 지난달 각각 미나미 교코의 ‘사일런트 브레스’, 미야베 미유키의 ‘눈물점’을 출간했다. 이 책들은 지난해 말 독자와 만나야 했지만 일정이 반년 이상 미뤄진 것이다.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는 “일본 문학 붐이 일던 2008∼2010년에는 판권 경쟁이 붙어 ‘선인세 거품’ 논란도 벌어졌지만 이번 불매운동 사태를 거치면서 전세가 역전됐다”며 “반일감정의 영향을 크게 받는 독자 특성상 한일 관계에 따라 일본 책 판매는 부침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일본책#기지개#출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