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 작가 “나는 법 잊은 도도새의 비극은 꿈과 자유 포기한 현대인 닮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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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새 그림 전문 김선우 작가
300년 전에 사라진 흔적 좇아 4년전 한달간 아프리카 찾기도

도도새를 그리는 김선우 작가의 ‘모리셔스섬의 비극’. 프란시스코 고야의 ‘1808년 5월 3일’을 패러디한 작품이다. 김 작가는 “날지 못해 죽음을 맞은 도도새의 비극은 현대인과 닮았다”고 말한다. 김선우 작가 제공
도도새를 그리는 김선우 작가의 ‘모리셔스섬의 비극’. 프란시스코 고야의 ‘1808년 5월 3일’을 패러디한 작품이다. 김 작가는 “날지 못해 죽음을 맞은 도도새의 비극은 현대인과 닮았다”고 말한다. 김선우 작가 제공
두껍고 검은 부리, 희고 동그란 눈. 귀여운 도도새가 정글 숲속에 숨어 있다. 울창한 나무 숲은 도시로 변하고 도도새는 넥타이와 양복바지 차림의 회사원이 된다. 정글처럼 복잡한 도시에서, 도도새는 또다시 길을 잃고 만다….

아프리카 모리셔스섬에서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도도새’를 전문으로 그리는 작가 김선우(31·사진). 300여 년 전에 사라진 이 새를 찾기 위해 그는 2015년 진짜로 아프리카를 한 달간 다녀왔다.

그는 지난해 서울 을지로 조명 상가의 버스정류장에 밤마다 환하게 밝혀지는 도도새 그림을 그렸다. 또 한강의 마포대교 100m 구간에 국내의 멸종위기 새들과 함께 도도새를 그렸다.

“도도새는 원래 날 수 있었다고 해요. 그런데 모리셔스섬 천혜의 풍부한 먹이가 있는 자연환경에 익숙해지면서 날개가 퇴화했죠. 15세기에 이 새를 처음 발견한 포르투갈 선원들이 날지도 못하고, 도망도 가지 못하는 이 새를 바보라는 뜻의 ‘도도’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결국 1681년 마지막 도도새가 잡아 먹혀 멸종되고 말았죠.”

그는 날개를 잃어 멸종된 도도새의 사연을 인터넷에서 접한 뒤 “나 같은 현대인을 닮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요즘 대학생들이 되고 싶은 게 뭐냐고 하면 1등이 공무원이잖아요. 저도 작가 생활을 하면서 주변에서 ‘굶어 죽는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어요. 모두 사회가 정한 프레임과 기준에 무작정 자신의 삶을 맞춰 가면서 꿈을 너무나 쉽게 포기합니다. 새의 진정한 가치는 하늘을 경계 없이 날아다니는 자유인데 그걸 포기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 날개의 깃털을 하나씩 뽑아내고 있는 것이죠.”

그의 도도새는 언제부턴가 사람의 몸통과 옷을 입기 시작했다. 명화 속의 장면을 도도새 얼굴로 패러디하고 새들이 ‘Save the DoDo’라고 쓰인 깃발을 흔드는 그림도 있다. 단순히 멸종위기 자연을 보호하자는 뜻도 되지만 ‘도도새’로 상징되는 자유와 꿈의 가치를 잃지 말자는 외침이기도 하다.
 
전승훈 문화전문기자 raphy@donga.com
#도도새#김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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