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지독하고 파괴적인 사랑의 증상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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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실에서 만난 사랑의 환자들/프랭크 탤리스 지음·문희경 옮김/384쪽·1만6000원·어크로스

“섹스죠. 우린 항상 그걸 했어요.”

영국의 베테랑 임상심리학자인 저자를 당황하게 만든 답은 이랬다. 우울증이 심한 70대 초반 여성이 상담실 문을 두드렸다. 원인은 1년 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남편. 매일 죽은 남편을 생각한다고, 남편이 사무치게 그립다고 했다. 가장 그리운 것이 무엇이냐는 저자의 물음에 대한 답이었다. 심지어 여성은 남편의 유령을 몇 번이나 만났다고 털어놨다.

‘사별 후 환각 경험’은 흔한 현상이라고 한다. 저자는 썼다. “상실은 개인의 고유한 경험이므로 사람마다 의미도 결과도 다를 수 있다. … 올바른 애도 방법이라는 것도 없다.”

병적 의심이나 집착 등 ‘사랑을 앓는’ 12가지 상담 사례를 통해 인간 마음의 심연과 근본적 취약성을 흥미롭게 드러낸다. 구역질이 날 듯한 사례도 없지 않으니, 그런 어둠이 궁금하지 않고 몰라도 상관없다는 독자에게는 ‘비추’.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심리치료실에서 만난 사랑의 환자들#프랭크 탤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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